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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이소선 정신’ 이어가는 또 다른 ‘이소선들’

등록 2021-09-01 17:27수정 2021-09-02 02:43

‘한빛 엄마’ 김혜영, ‘용균 엄마’ 김미숙
세월호 참사 유가족, 민주화 열사 아버지 참여
“우리 모두의 자식이기 때문”
전태일 열사 어머니 이소선 여사 10주기 토론회 ‘내가 너의 뜻을 이룰게’가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전태일 재단 회의실에서 열려 참석한 유가족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박래군 4.16재단 상임이사, 발제자인 전주희 서교인문사회연구실,장남수 장한구 열사 아버지, 유경근 세월호 참사 가족, 김혜영 이한빛 어머니, 김미숙 김용균 어머니. 이종근 선임기자 root2@hani.co.kr
전태일 열사 어머니 이소선 여사 10주기 토론회 ‘내가 너의 뜻을 이룰게’가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전태일 재단 회의실에서 열려 참석한 유가족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박래군 4.16재단 상임이사, 발제자인 전주희 서교인문사회연구실,장남수 장한구 열사 아버지, 유경근 세월호 참사 가족, 김혜영 이한빛 어머니, 김미숙 김용균 어머니. 이종근 선임기자 root2@hani.co.kr

“저는 평범한 사람으로 살았지만, 이제는 ‘한빛 엄마’로 살아가려 합니다. 이소선 여사의 나눔과 연대를 기억하며 한빛의 뜻을 이뤄가겠습니다.”(고 이한빛 피디 어머니 김혜영씨)

“많은 곳에서 용균이의 사고를 이야기해야만 하는 게 너무 힘든 일이었지만, 그런데도 계속 말하는 이유는 같은 사고를 막기 위해서입니다.”(고 김용균 어머니 김미숙씨)

이들이 처음부터 ‘투사’는 아니었다. 김혜영씨는 중학교 선생님으로, 김미숙씨는 비정규직 노동자로 일하며 평범한 인생을 살았다. 그러나 드라마 조연출로 일하는 아들 한빛이 2016년 열악한 드라마 제작 현실을 죽음으로 고발하고, 비정규직으로 일해온 아들 용균이 2018년 안전 장비도 없이 ‘혼자’ 일하다 산업재해로 숨지자 두 사람은 숙명처럼 ‘한빛 엄마’, ‘용균 엄마’의 이름으로 거리로 나섰다. ‘전태일의 어머니’에서 ‘노동자의 어머니’로 거듭난 고 이소선 여사처럼, 열악한 노동 환경에서 스러져간 노동자의 죽음에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는 사회를 고발하기 시작한 것이다.

1일 서울 종로구 전태일기념관에서는 고 이소선 여사 10주기를 맞아 ‘내가 너의 뜻을 이룰게’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에는 사회적 참사 또는 사회 구조적인 문제로 자식을 잃은 뒤 세상을 바꾸고자 사회운동가로 거듭난 우리 곁의 ‘이소선’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김용균재단 이사장 김미숙씨, 고 이한빛 피디 어머니 김혜영씨, 유경근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예은 아빠), 장남수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 회장(장현구 열사 아버지)이 토론자로 참여해 ‘유가족 운동’의 사회적 의미를 되짚고선 “사람이 우선인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유가족들은 자식의 죽음을 계속해서 알려야만 하는 슬픈 상황 속에서도 운동을 이어나가는 이유에 대해 “우리 모두의 자식이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혜영씨는 “슬프고 동정받는 것 같아 유가족이나 피해자라는 말을 쓰고 싶지 않았다. 세월호 유가족을 조롱하는 사회가 싫었다”면서도 “우리 가족은 한빛의 죽음이 개인적인 죽음이 아니고 사회적 타살이라는 확신을 가졌고 한빛이가 나만의 아들이 아니라 모두의 아들이기 때문에 유가족이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피해자 운동의 주체로 나섰게 됐다”고 말했다. 유경근 집행위원장 또한 “‘내 딸은 내가 보호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게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내 이웃의 아이를 내가 지킨다’는 마음을 먹었다면 예은이를 지키는 수십명의 아빠가 있었을 것이다. 안전이라는 문제는 개인의 안전 의식을 벗어나 공동체의 생명과 인권을 지키기 위해서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산업재해로 아들을 잃은 김혜영씨와 김미숙씨에게 ‘아들’ 전태일 열사의 죽음을 노동 운동으로 승화시킨 고 이소선 여사의 정신은 ‘유가족 운동’을 지속하게 하는 원동력이다. 김혜영씨는 “절망하고 힘들 때마다 우리를 이끌어준 것은 이소선 어머니로부터 내려온 유가족 정신이었다. 한빛이가 남긴 과제를 이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미숙씨는 “나는 원래 이소선 여사를 모르는 사람이었지만, 전태일 평전을 읽으며 전태일 열사의 요구가 아직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사실에 암담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전태일과 어머니 이소선씨가 있었기에 저와 노동자들이 싸움이 가능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제대로 된 사회를 만들고자 재단을 만들었고 밝은 사회를 열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두 어머니의 활동은 방송·미디어 산업 종사자들의 권익을 대변하는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와 산업재해 피해자들을 돕는 ‘김용균 재단’이라는 결실로 이어졌다. 또 이들의 목소리는 산업재해의 책임자 처벌을 강화하는 중대재해처벌법의 입법을 이끌었다.

이날 토론회 발제를 맡은 전주희 서교인문사회연구실 연구원은 한국의 ‘유가족 운동’은 1970년 전태일 열사 분신 뒤 이소선 여사에서 시작됐다고 설명한 뒤 “유가족을 피해자 집단으로 인식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죽음은 삶의 종결이 아니라 남겨진 사람들이 해독해야 할 메시지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장필수 기자 fee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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