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형 대한안마사협회 사무총장(오른쪽)이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음성 민원서식 내용을 검토하고 있다. 마포경찰서 제공
“지금이야 경험이 많아져서 익숙하지만 처음 경찰서에 왔을 때는 민원을 접수할 때 어떤 자료가 필요한지 몰라서 한참 헤맸죠.”
시각장애인 김도형 대한안마사협회 사무총장은 집회 신고를 위해 처음 경찰서를 방문했던 날을 떠올렸다. 대한안마사협회는 ‘시각장애인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는 집회를 종종 열어왔다. 김 사무총장은 집회 신고서를 작성하기 위해 필요한 서류나 정확한 절차를 몰라 한참 골머리를 앓았다고 한다. 활동 지원사나 경찰관이 음성으로 안내했지만 집회 신고 서류에 법률 용어나 전문적인 내용이 많아 말로 한번 듣고 모든 내용을 이해하기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 사무총장은 “보통 우리는 집회 접수를 하려고 경찰서에 많이 방문하는데 잘 모르니까 신분증을 아예 맡겨서 대신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며 “서류에 대한 설명을 들어도 잘 모르는 분야라 헷갈리기도 하고 개인정보가 공개된다는 게 우려스럽기도 했다”고 했다.
집회 신고 뿐만 아니라 민원신청이나 고소·고발 등을 할 때도 시각장애인들은 애를 먹는다. 어렵게 작성한 서류를 경찰에 제출해도 한 번에 민원신청이 접수되지 않는 일이 많다. 정확한 정보가 제공되지 않아 작성된 서류 중 잘못 작성된 부분이 있어 이를 다시 고쳐 접수하는 일이 자주 발생하는 것이다. 하성준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사무총장은 “시각장애인 중 서류를 작성에서 한 번에 접수하는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 것”이라며 “고소 사유를 쓰라고 하는데 그걸 어떻게 써야 하는지 말만 들으면 이해하기 어렵다. 옆에서 말로 안내해주는데 그게 왜 어렵냐고 생각해선 안 된다”고 했다.
이러한 문제를 인지한 마포경찰서는 시각장애인의 불편을 해결하고자 전국 경찰서 중 처음으로 민원실에 ‘점자, 음성 민원서식’을 배치했다고 6일 밝혔다. 점자, 음성 민원서식에는 민원 신청서 내용과 민원신청을 위해 필요한 준비 서류가 담겼다. 또 점자를 모르는 시각장애인을 위해 큐아르(QR) 코드를 맨 앞장에 넣어 음성 안내 서비스를 제공한다.
마포경찰서는 전문가 자문을 거쳐 시각장애인의 이용 빈도가 높은 집회 신고서, 고소장, 범죄경력조회 신청서, 정보공개청구서, 성범죄 및 아동학대에 관련 범죄전력 조회 요청서 등 5개 종류를 점자, 음성 변환 대상으로 정했다.
마포경찰서 관계자는 “시각장애인연합회와 안마사협회의 도움을 받아 이번 사업을 준비했다”며 “점자, 음성 민원서식이 시각장애인과 비시각장애인 간 정보격차 해결에 도움을 주길 바란다. 다른 공공기관으로도 점자, 음성 민원서식 비치가 확대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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