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여권 인사 및 언론인 고발 사주 의혹에 과거 측근 검사가 연루됐다는 의혹으로 수세에 몰린 윤석열 전 검찰총장 쪽이 김웅 국민의힘 의원을 고발장 작성자로 지목하며 방어에 나섰다. 김 의원 발언을 근거로 “고발장 작성자는 김 의원이다. 윤 전 총장이 연루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에 김 의원은 “고발장을 작성하지 않았다. 두 건(4월3일, 4월8일)의 고발장 가운데 4월8일 하나의 고발장에 아이디어 제공만 했다”고 <한겨레>에 밝혔다. 이에 여당은 물론 국민의힘 대선주자들도 “검찰총장이 몰랐겠느냐”(유승민)며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아직까지 이번 의혹은 윤 전 총장 지시 여부 등을 확인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 검찰총장 시절 측근이었던 손준성 전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과 검찰 출신 김웅 의원이 실제 텔레그램을 주고받았는지 확인하는 단계인데, 이마저도 텔레그램 메시지 삭제와 휴대폰 폐기 등으로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번 의혹에서 윤 전 총장 쪽은 애써 강조하지 않고 있지만, 고발 사주 의혹이 불거진 문제의 고발장은 지난해 4월3일, 4월8일 김 의원으로부터 미래통합당 쪽으로 전송된 두 건이다. 두 고발장은 고발 대상과 내용, 표현 등이 전혀 다르다. 김 의원은 4월8일 고발장과 관련해서는 당시 상황을 비교적 상세하게 해명하고 있지만, 4월3일 고발장 전달 경위에 대해서는 “정말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이렇다 할 설명이나 해명을 하지 않고 있다.
4월3일 고발장은 윤 전 총장과 그의 아내 김건희씨, 윤 전 총장 최측근인 한동훈 검사장 피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검·언 유착 의혹 제보자 엑스(X)의 거짓 제보를 근거로 범여권 인사들과 기자들이 짜고 허위 보도를 했으며, 의도적으로 윤 총장과 가족·측근을 흠집 내고 검찰 불신 분위기를 조장해 총선에 개입했고 이들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혐의다. 검찰 쪽에서 사용하는 법률적 구성과 표현이 등장하지만, 동시에 “좌파정권 유지라는 동일한 이해관계”와 같은 정제되지 않은 거친 표현 등 비법률적 표현이 섞여 있다. 허위사실공표 등 흔한 혐의가 아닌 ‘방송·신문 등 부정이용죄’를 적용한 점에 비춰 공직선거법을 상당히 잘 아는 이가 살펴봤을 가능성이 있다.
반면 4월8일 고발장은 최강욱 당시 열린민주당 후보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아들의 가짜 인턴확인서 발급과 관련해 허위사실을 말했다는 혐의만 담고 있다. 정치적 표현 등은 없고 범죄사실과 고발 이유, 대법원 판례 등 법리적인 부분에 초점을 맞춰 건조하게 기술됐다. 실제 넉달 뒤 미래통합당에서 거의 동일한 내용으로 고발해 기소가 이뤄졌다.
이런 차이 때문에 고발장 아이디어 제공, 법률 검토, 작성, 전달 등에 여러 사람이 관련된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검사, 야당 의원과 법률가, 당직자 등이 두루 얽혀 있는 구도가 들어맞는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이번 논란의 핵심은 검찰의 선거 개입과 특정인을 둘러싼 검찰권 사유화다. 이런 점에서 정치적 목적이 뚜렷한 4월3일 고발장 작성 주체가 누구인지가 중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손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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