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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격리 2주면 추석대목 끝났겠네, 이 활어들 누가 대신 좀…”

등록 2021-09-14 17:46수정 2021-09-15 02:35

가락동농수산물 시장 14일간 132명 확진
손님 발길 ‘뚝’…매출 평년의 10분의 1 토막
비통한 상인들 “그마저도 휴업으로 다 포기”
14일 오후 지난 1일 첫 확진자 나온 이후 13일 오후까지 130여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서울 송파구 가락농수산물종합도매시장 상가에 시설폐쇄 안내문이 걸려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14일 오후 지난 1일 첫 확진자 나온 이후 13일 오후까지 130여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서울 송파구 가락농수산물종합도매시장 상가에 시설폐쇄 안내문이 걸려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팔지 못한 도미·킹크랩이 매장 수조에 그대로 남아 있는데 어제부터 자가격리 조치가 나왔습니다. 추석 대목은 다른 세상 이야기가 돼버렸어요.”

서울 송파구 가락동농수산물 종합도매시장(가락시장)에서 25년째 활어를 팔아온 ㄱ씨는 14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여러 차례 한숨을 내쉬었다. ㄱ씨는 가게에서 함께 일하던 가족이 13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며 보건소로부터 이날 자가격리 통보를 받았다. ㄱ씨 가게 수조와 진열대에는 ‘위험 접근금지’라고 쓰인 빨간 줄이 둘러쳐졌고, 주변 가게 4곳도 밀접 접촉자로 분류돼 불이 꺼졌다. 모두 날벼락인 셈이다.

“그렇지 않아도 코로나19 유행으로 매출이 평년의 10분의 1 정도로 줄었는데 휴업으로 그마저도 포기하게 됐습니다. 도미 등 활어는 수조에서 사흘밖에 살지 못하니 차라리 주변 가게 사람에게 수조 고기를 꺼내 대신 팔아달라고 했어요.”

추석 대목을 앞두고 가락시장 등 서울 일부 대형 도매시장, 전통시장 등에 코로나19가 덮쳤다. 가뜩이나 장사가 안돼 추석 ‘반짝 특수’에 기대를 걸었던 상인들은 망연자실이다.

서울농수산식품공사는 지난 1일부터 이날 오후까지 가락시장에서 상인, 경매인 등 종사자 132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공사는 청과시장 중도매인(도매상) 한 명이 처음 확진 판정을 받은 뒤 동료 상인과 매장 종업원, 경매법인 직원, 하역 노동자 등으로 감염이 퍼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14일 오후 지난 1일 첫 확진자 나온 이후 130여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서울 송파구 가락농수산물종합도매시장.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14일 오후 지난 1일 첫 확진자 나온 이후 130여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서울 송파구 가락농수산물종합도매시장.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급기야 13일 저녁부터는 감염병 확산이 집중된 청과시장 한 동의 과일 점포 122곳이 휴무에 들어갔다. 청과시장과 다른 건물을 쓰는 활어·육류 매장 등에서도 확진자가 나오면서 이곳에서도 각각 3곳 이상 점포가 이날부터 임시 휴업 상태다.

점포를 닫은 상인들은 추석 대목 장사를 통째로 놓치게 됐다. 밀접 접촉자로 분류돼 2주간 자가격리를 마치고 오면 이달 말에야 장사를 재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13일부터 자가격리 중인 청과상인 ㄴ씨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20여년 동안 이곳에서 장사를 해왔지만 명절 장사를 포기해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코로나19 때문에 단체급식 등이 절반 이하로 줄면서 올해 내내 매출 타격이 심각했다. 이번주에 열심히 물건을 팔아 만회하려고 했는데 언제 가게 문을 열 수 있을지 막막하다”고 했다.

이날 가게 문을 연 시장 상인들 표정도 어두웠다. 시장에 코로나19가 퍼졌다는 소식에 손님들 발길이 끊겼기 때문이다. 이맘때면 차례상 준비를 위해 양손에 장바구니를 든 손님들로 붐비던 채소·건어물·육류 매장 등은 손님보다 상인들이 더 많이 눈에 띌 만큼 한산했다. 상인들은 저마다 “매출이 평년 명절의 5분의1 밑”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 청과상인은 “경매법인 종사자들 중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많이 나와 경매 건수가 줄어든 이후 과일 가격이 10% 넘게 뛰었다. (가격이 오르니) 손님들은 더욱 지갑을 닫고, 상인들은 2중고를 겪는다”고 토로했다.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 수산시장도 마찬가지다. 청량리수산시장 상인회는 지난달 29일 이후 이날까지 상인과 가족 등 41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 기간 최대 18곳의 도·소매점이 동시에 문을 닫았고, 14일 현재 16곳은 다시 문을 열고 2곳은 여전히 휴업상태다. 상인 정아무개(48)씨는 “코로나19 이전 추석이었으면 생선 가격이라도 물어보고 지나가는 손님이 하루에 200명은 넘었다면 지금은 100명도 안 된다. 생선 사가는 손님은 이 중 10%도 안 되니 망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고 고개를 저었다.

코로나19 직격탄에 시장 운영사들은 점포 임대료 인하 등 상인 지원책과 방역대책을 내놓고 있다. 가락시장의 경우 점포별 임대료가 연말까지 50% 인하된다. 서울농수산공사 관계자는 “감염병에 비교적 취약한 경매시장 등에서는 종사자들이 마스크에 안면가리개를 이중으로 착용하게 하고 있다. 시민들이 안심하고 장을 볼 수 있도록 강화된 방역 조치를 적용하는 한편, 이번 (코로나19) 확산을 막고 나면 상인들과 머리를 맞대 판촉행사 등 영업 여건을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천호성 이승욱 기자 rieu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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