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관악구 서울대 관악학생생활관 아고리움에 사망한 청소노동자의 추모공간이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지난 6월 휴게실에서 숨진 채 발견된 서울대 청소노동자가 주 7일 근무를 5주 동안 하고, 3개월 동안 7일밖에 쉬지 못하는 등 과도한 업무에 시달렸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청소노동자 이아무개(59)씨 유족을 대리하는 권동희 노무사(법률사무소 일과사람)는 29일 “고인에 대한 각종 자료, 동료들의 증언 등을 조사 분석한 결과, 이번 고인의 사망은 서울대학교 청소노동의 과중함에 그 일차적 원인이 있음이 밝혀졌다”며 유족·노조와 함께 30일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를 신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 6월26일 이씨는 자신이 담당하던 서울대 기숙사 건물(925동) 직원 휴게실에서 급성 심근경색으로 숨진 채 발견됐다.
이씨는 엘리베이터가 없는 4층짜리 기숙사 건물에서 100ℓ짜리 쓰레기봉투를 나르고, 화장실·독서실·세탁실·샤워실 등 건물 내부를 청소하는 업무를 맡아왔다. 권 노무사가 지난 4월11일부터 6월5일까지의 이씨의 근무 기록을 살펴본 결과 고인은 4월11일~23일까지 연속 13일, 4월25일~5월4일까지 10일, 5월6~18일까지 13일, 5월20일~6월5일까지 17일을 연속으로 근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족은 “주 6일 근무도 모자라 급성 심근경색으로 숨지기 전 12주 동안 겨우 7 일만 온전한 휴일을 보낼 수 있었다”고 밝혔다.
노후화된 건물의 샤워실 청소도 고된 노동의 주요 원인으로 봤다. 환기가 잘 안 되는 각 층 샤워실은 곰팡이가 자주 끼어 청소하기 어려웠던 곳으로 꼽힌다. 유족 쪽은 “층마다 50명 가까운 학생들이 이용하는 곳에서 천장에 낀 곰팡이와 물때를 거의 매일 청소하느라 수근관 증후군(손목터널증후군)이 걸릴 정도로 고통스러워했다”고 주장했다.
925동에서 배출되는 쓰레기양이 증가한 것도 업무 과중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서울대학교가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보면, 이씨가 일했던 925동의 쓰레기봉투(100ℓ) 사용량은 2020년 한 해 659장이었지만, 2021년 7월까지 사용량은 707장이었다. 2020년 하루 평균 2.1개의 쓰레기봉투를 처리했는데 올해 이 씨의 근무일수로 계산하면 최소 4개 이상의 쓰레기봉투를 날라야 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코로나19로 배달 음식 쓰레기 증가 등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유족 쪽은 쓰레기 배출량이 줄어드는 방학기간을 제외하면 고인이 학기 중인 3~6월에 날라야 했던 쓰레기봉투는 6개 이상이 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6월부터 새 안전관리팀장이 발령된 이후부터 출퇴근 복장 관리, 업무와 무관한 시험과 시험성적의 근무평가 반영 등의 ‘직장 갑질’이 이뤄졌다. 지난 7월 고용노동부는 안전관리팀장의 행위가 직장 내 괴롭힘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유족과 권 노무사는 “고인이 기존 질환이나 위험인자가 전혀 없는 점을 볼 때, (고인의 죽음은)업무의 양·시간·강도·책임 및 업무 환경의 변화 등에 따른 만성적인 과중한 업무로 뇌혈관 또는 심장혈관의 정상적 기능에 육체적‧정신적인 부담이 가해진 업무상 재해가 명백하다”고 말했다.
서혜미 기자
ha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