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한은 고위직 100% 금융권 재취업…대놓고 ‘취업 승계’ 해왔다

등록 2021-10-14 04:59수정 2021-10-14 07:08

참여연대 · <한겨레> 공동분석 결과
1·2급 퇴직자 23명 전원 심사통과…10명은 금융권에 반복적으로 취업
KB생명 · 하나카드 등 5곳은 특정직무에 한은 ‘지정석’처럼 연달아 뽑아
&lt;한겨레&gt; 자료 사진.
<한겨레> 자료 사진.

최근 5년여간 금융업계로 퇴직 뒤 재취업을 희망한 한국은행 고위직 전원이 무리 없이 취업심사를 통과해 왔고, 일부 기관의 특정직무 경우 이들 고위직만의 자리인 양 수년간 전유해온 사실이 확인됐다. 인사혁신처는 취업심사 과정에서 이런 점들은 따지지 않았다.

15일 시민단체 참여연대와 <한겨레>가 인사혁신처 산하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공직자윤리위)로부터 2016년부터 2021년 5월까지 취업심사를 신청한 한은 출신 2급 이상 고위급 퇴직자 23명의 재취업 현황을 살펴보니 일부 재심사를 거치면서까지 100% 취업심사를 통과했고, 이중 10명(43%)은 특정 금융회사 또는 금융 관련 협회에 반복적으로 재취업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직자윤리법을 적용받는 한은 고위직은 퇴직 후 3년간 공직자윤리위로부터 취업예정기관과의 업무 관련성 등을 따져보는 취업심사를 통과해야만 재취업할 수 있다. 기관 간 유착·영향력 행사·자리 알선 등의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특정직무에 한은 출신만 연달아 채용한 곳은 케이비(KB)생명보험, 하나카드, 국제금융센터, 전국은행연합회(은행연), 한국자금중개 등 총 5곳이다. 5곳은 임원직에 한은 출신 퇴직자를 앉힌 뒤 임기가 끝나면 바로 또 한은 출신을 뽑았다. 최소 2차례 연속(각 임기 3년)이다.

특히 하나카드와 케이비생명보험은 3년 임기의 상근감사위원(사내이사)을 세번 연속 한은 출신으로만 채웠다. 이들 기업은 한은 퇴직자들의 전문성을 이유로 대지만, 금융당국은 낙하산 관행을 의식해 자산총액 1조원 이상 기업의 감사위는 사외이사로만 구성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혀왔고, 실제 케이비(KB)손해보험을 포함한 보험사·은행 등은 감사 투명성 강화를 위해 상근감사제를 폐지하고 있다. 공직자윤리위는 한은과 이들이 취업하고자 하는 기관 간 업무 관련성이 없다고만 판단했다.

외환위기 재발방지를 위해 정부와 한은의 지원을 받아 설립된 국제금융센터의 부원장직 또한 세번 연속 총 9년간 한은 출신들 몫이었다. 은행연은 감사직에, 한국자금중개는 상무이사·전무이사직에 한은 출신을 두번 연속 채용했다. 퇴직자들은 스스로 업무 관련성은 있다고 판단해 취업제한심사 대신 취업승인심사를 신청했고 ‘취업승인’ 판정을 받았다.

이들 5곳 경우 특정직무가 한은 출신으로만 채워진 ‘경향성’에도 불구하고, 공직자윤리위는 ‘업무 관련성’ 유무만 판단(취업제한심사)하거나, 업무 관련성이 확연할 경우 취업예정업체에 영향력 행사 가능성이 적다거나 전문성이 증명된다는 등의 ‘특별 사유’를 인정(취업승인심사)해 재취업을 허용했다.

업무 관련성 때문에 취업제한 결정(취업제한심사)을 받았으나, 다시금 ‘특별한 사유’를 내세워 결국 재취업(취업승인심사)에 성공한 사례도 있었다. 한은 기획협력국장을 끝으로 2018년 10월에 퇴직한 ㄱ씨가 한국금융연수원 부원장이 될 때, 허아무개 전 한은 부총재보와 손아무개 전 한은 경제연구원장이 각각 한국석유공사 비상임이사, 현대캐피탈 사외이사로 자리를 옮길 때의 경로가 그러했다. 인사혁신처는 이들에게 특별한 사유를 인정해 재취업을 허용하면서도 행정절차법에 따라 회의록 등 관련 기록은 남기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인사혁신처는 특정직군에 한은 출신이 계속해서 채용되는 경향성에 대해 “취업심사 시 개별 안건마다 법령이 정한 기준에 따라 윤리위원회 위원들이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업무 관련성, 영향력 행사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엄정하게 심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이상훈 변호사는 “취업제한제도가 형해화되었다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며 “외환시장과 국제금융에서 전문성을 확보하고 있는 한은 출신 인사들이 카드사나 보험회사와 같은 제2금융권에서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금융권은 전문적이고 폐쇄적인 분야이기에 한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출신 인사들이 재취업할 때 이해충돌 또는 부패 가능성을 꼼꼼하게 살펴볼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장필수 기자 feel@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대왕고래 실패’ 속보에도…경제수석 “금세기 최고 유전보다 성공률 높을 것” 1.

‘대왕고래 실패’ 속보에도…경제수석 “금세기 최고 유전보다 성공률 높을 것”

윤석열이 벌인 ‘대왕고래’ 실패…산업부 “경제성 없다” 2.

윤석열이 벌인 ‘대왕고래’ 실패…산업부 “경제성 없다”

[단독] 이진우, 윤석열 폭음 만찬 직후 ‘한동훈’ 검색…11월 계엄 준비 정황 3.

[단독] 이진우, 윤석열 폭음 만찬 직후 ‘한동훈’ 검색…11월 계엄 준비 정황

곽종근 “윤석열, 정확히 ‘의원’ 끌어내라 지시…의결정족수 언급” [영상] 4.

곽종근 “윤석열, 정확히 ‘의원’ 끌어내라 지시…의결정족수 언급” [영상]

윤석열 “홍장원·곽종근서 탄핵공작 비롯…‘끌어내라’ 지시 안 해” 5.

윤석열 “홍장원·곽종근서 탄핵공작 비롯…‘끌어내라’ 지시 안 해”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