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양육비를 양육자에게 지급하지 않은 아버지 6명에 대해 운전면허 정지처분이 요청됐다. 음주운전에 의한 면허정지 기간과 동일한 100일간의 제재로, 지난 6~7월 시행된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근거해 정부가 양육비 채무자에게 책임을 묻는 수단으로 운전 자격을 박탈한 첫 사례다.
정부는 2015년 ‘양육비 이행관리원’을 설립해 양육비 지급 등을 유도하다 올해 제재수단을 더 늘렸다. 하지만 한부모가정은 실질적 양육 지원을 위해 정부의 양육비 선지원, 후구상권 청구 방식을 근본적으로 요구한다.
여성가족부는 법원으로부터 감치명령(유치장이나 구치소에 가두는 것으로 채무자가 양육비 이행명령 결정을 지키도록 양육비 채권자가 신청함)을 받고도 양육비를 내지 않은 6명에 대해 채무자 주소지 관할 경찰서에 운전면허 정지처분을 요청했다고 28일 밝혔다. 운전면허 정치처분은 양육비 이행관리원이 파악 뒤 채권자의 동의를 받아 이뤄지는 조치로, 6명이 외면한 양육비는 1500만원에서 최대 1억2500만원에 이른다.
이들은 이미 의견제출 절차를 완료한 상황으로, 운전면허 정지처분 결정 통지를 경찰로부터 받는 일만 남겨두고 있다.
여가부 청소년가족정책실 가족지원과 관계자는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에 따른 절차로 최종 정지처분까지 40일 정도 걸릴 예정”이라고 했다. 다만 운전면허 정지처분 처리 기간에 채무자가 양육비를 전부 지급할 경우 여가부 장관은 운전면허 정지처분 요청을 즉시 철회한다.
‘양육비 이행확보·지원법’ 일부개정안이 올해 본격 시행되면서 양육비 채무자에 대한 운전면허 정지는 물론 출국금지(7월부터) 조치도 가능해졌고, 양육비이행심의위원회 심의·의결을 거쳐 여성가족부 누리집에 명단이 공개될 수도 있다. 또 감치명령 결정을 받은 날부터 1년 이내에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으면 형사처벌(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받는다. 감치명령도 따르지 않은 이를 대상으로 한 운전면허 정지는 사실상 형사처벌의 전 단계다.
앞서 이달 11일 여가부는 양육비를 미지급한 2명에게 첫 출국금지 조치도 내렸다. 이 둘의 채무액은 각각 1억1720만원과 1억2560만원이다. 양육비 이행확보·지원법에 따라 채무액 3천만원 이상에 최근 1년간 해외를 3차례 이상 다녀오거나 해외체류가 6개월 이상인 이를 대상으로 한 결과다.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다수는 국가가 먼저 가정에 양육비를 지급한 뒤, 양육비 채무자에게 구상권을 청구하고 있다. 여가부는 운전면허 정지처분 대상자 가운데 채무액이 6520만원인 양육비 채무자가 운전면허 정지처분을 위한 의견진술 기간 중 양육비 일부(3600만원)를 채권자에게 지급한 사례를 언급하며 “양육비 채무 불이행 제재가 비양육부·모의 양육비 이행에 실질적 효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여가부는 앞으로도 미성년자녀의 양육 환경 개선에 도움이 되도록 양육비 이행 제도를 관리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고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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