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북가좌동 예스택시 차고지에 운전사를 구하지 못해 운행하지 못하는 택시들이 주차되어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직장인 양아무개(30)씨는 지난 5일 새벽 1시께 서울 종로구 종각역 인근에서 회식을 마친 뒤 마포구 애오개역 근처 집으로 돌아가려 택시를 호출했지만 번번이 허탕을 쳤다. 양씨는 “카카오 티(T), 우티(UT), 아이엠택시 등 앱 세 개를 동시에 사용했는데 택시를 잡는 데 1시간이나 걸렸다”고 말했다. 같은날 자정께 대학생 김아무개(21)씨도 서울역 앞에서 50분 동안 택시를 기다렸다. 김씨는 “50여명이 택시 승강장에 줄을 서 있었는데, 기다리는 동안 택시는 4대밖에 오지 않아 놀랐다”고 말했다. 직장인 이아무개(40)씨도 “자정쯤에 택시가 하도 안 잡혀 어쩔 수 없이 고급 택시 호출서비스를 이용했다. 택시비 1만3000원이면 갈 거리인데 5만원을 넘게 냈다”고 토로했다.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에 따라 회식이나 모임이 늦게까지 이어지는 가운데, 야간에 택시를 아예 잡지 못하거나 평소보다 오랜 시간이 걸렸다는 불만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다. 택시 이동 수요가 늘면서 빚어진 현상이지만, 코로나19로 운전대를 놓은 택시 기사가 많아진 것도 원인이다.
지난 10일 오후 <한겨레>가 찾은 서울 서대문구와 은평구의 택시 차고지 8곳에는 한창 운행을 해야 할 택시 차량 수십 대가 주차돼 있었다. 택시 기사가 없어서다. 1322㎡(400평)에 이르는 서대문구 예스택시 차고지에는 깨끗이 세차된 택시 27대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은평구의 택시회사 두 곳이 함께 사용하는 차고지에도 택시 32대가 빽빽이 주차돼 있었다. 이곳에서 일하는 관리과장 ㄱ씨는 “코로나 전에는 택시 기사가 120명이었는데 현재는 70명으로 줄어 면허 대수 67대 중 오전·오후 각각 20대가 공차”라며 “최근 3개월 사이 신규 기사는 아예 없다. 위드 코로나로 수입은 소폭 올랐지만 신규 기사가 들어오지 않아 경영이 어렵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통계를 보면, 수도권 사회적 거리 두기 4단계가 이어지던 지난 8월 전국 법인택시 운전자 수는 7만7934명으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12월(10만2320명)보다 2만4000명 이상 감소했다.
법인택시 기사들이 운전대를 놓은 이유는 코로나19로 수입이 크게 줄어서다. 영업시간 제한 등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속되면서 택시 손님은 줄었는데, 회사에 내야 하는 사납금은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법인택시 기사 박안민(71)씨는 “코로나가 가장 심할 때는 하루 8만~10만원 버는 날이 많아 사납금도 채우지 못했다”며 “기사들이 사납금을 못 내니 아예 일을 접는 경우가 많다. 올해 초까지 다니던 회사는 운행률이 낮아 폐업했다”고 말했다. 10년째 법인택시 기사로 일하는 장석태(57)씨도 “최근 기사들이 버티지 못해서 많이 나갔다. 10시간 운행해도 주간 16만3000원, 야간 18만3000원인 사납금을 내고 나면 남는 게 없다. 오히려 (내 돈을 회사에) ‘토해낼’ 때도 있다”고 말했다.
택시 기사들은 “택시 운전보다 대리운전이나 배달 일을 하는 게 벌이가 낫다”고 했다. 장씨는 “최근 택시 일이 차라리 노는 게 나은 수준이라 퀵서비스나 배달 쪽으로 전직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법인택시 기사 김아무개(64)씨는 “최근에는 한 달에 30만~40만원만 가져갔다는 기사도 있다”며 “일을 관둔 기사 다수가 대리운전을 한다”고 전했다.
떠난 택시 기사들이 돌아오지 않으면 ‘택시 대란’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김기현(63) 예스택시 총괄전무는 “코로나 전 140명이었던 택시 기사가 현재는 100명뿐”이라며 “대부분 수입 문제로 배달이나 대리운전 쪽으로 빠졌다. 수입 문제로 나간 사람들이 돌아오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병찬 김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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