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문여는 경찰대 여성아동안전연구원의 원장을 맡게된 한민경 교수. 한 교수 제공
오는 19일 경찰대학에 문 여는 여성아동안전연구원 초대 원장인 한민경 교수는 최근 의외의 하루하루를 보내는 중이다. 지난 5일 경찰 내부망에 올린 ‘현장경찰관 연구동아리 모집 공고’ 반응이 예상보다 뜨거워서다. 여성폭력·아동학대·피해자보호를 주요 분야로 나눠 현장경찰, 경찰대생과 대학원생이 함께 연구하는 일종의 연합동아리를 구상해 공고를 냈더니, 순식간에 30여명이 동아리 가입신청서를 냈기 때문이다.
경찰대 내부 연구기구인 여성아동안전연구원은 ‘여성과 아동이 안심하는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연구네트워크 구현’을 목적으로 삼았다. 한 교수는 여성폭력과 아동학대 관련 연구는 특히 현장과 긴밀하게 연결된 만큼 현장경찰의 참여가 중요하다고 봤다. 동아리 운영도 여기에 방점을 뒀다. 예비 경찰관인 학생들은 자신들이 가진 문제의식을 현장경찰에게 묻고, 현장경찰은 최근 제정되거나 바뀐 법령 등이 현장에서 적용되는 사례를 공유하는 방식이다. 1년에 한 번 연구활동보고서도 낼 계획이다.
신청자 중 여성 경찰관이 많고 관련 부서인 여성청소년과 직원들이 주로 신청하지 않았을까. 12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한 교수는 “지원하신 분들의 성비도 반반, 연령대도 저마다 달랐다. 소속도 여청과는 물론 기동대부터 지구대·파출소까지 다양해 놀랐다”고 말했다. 이어 “신청하신 분들의 면면을 보고 오히려 제가 고정관념이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이제야 이런 걸 만들었냐’고 하실 정도로 이런 주제로 논의하고 싶어하셨던 것 같다”고 말했다.
연구원은 내년 3월 처음으로 공개될
‘친밀한 관계에서의 폭력’(IPV) 국가통계와 관련해 경찰 범죄통계와 관련한 항목 정리에도 관여할 계획이다. 그간 경찰의 여성 대상 폭력 통계가 피해자와 가해자와의 관계가
제대로 집계되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한 교수는 “스토킹방지법 제정 등 여성폭력 등과 관련한 제도도 많이 바뀌었다. 현장의 시행착오, 현장에 필요한 지원 등 의견을 받아 정책 제언까지 할 수 있도록 현장과 밀접하게 소통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교수는 독일 프라이부르크대 사회학 박사 출신으로, 한국형사정책연구원에서 지난해 경찰대로 자리를 옮겼다. 최근엔 스토킹 범죄 등을 집중적으로 연구했고 현재 경찰대에서도 여성 범죄 관련 과목을 가르친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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