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전 인천 중구의 한 주유소에서 이날 군에서 대여한 요소수 하역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인천/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정부가 13일 전국 주유소 100곳에 차량용 요소수 180만ℓ를 공급하기로 한 가운데 현장에서는 혼란이 빚어졌다. 공급처 명단에 오른 주유소들은 요소수 공급 시각과 물량 등에 대해 사전 아무런 통보도 받지 못했다며 당황스러워하는 분위기였다.
인천시 동구 한 주유소에는 문의 전화가 빗발쳤지만, 이날 낮 12시까지도 요소수가 들어오지 않았다. 이 주유소 관계자는 “하필 우리 주유소가 명단 맨 위에 있어 전화 받는 아르바이트생이라도 고용해야 할 판”이라며 “요소수가 순차적으로 공급된다는 기사만 봤지 미리 통보받은 것도 전혀 없다”고 말했다.
명단에 있는 동구의 다른 주유소 관계자도 “오후 2시가 가까워져 오는데 요소수가 아직 안 들어왔고 정부에서 통보받은 것도 없다”며 당혹감을 내비쳤다. 역시 명단에 오른 인천시 중구 한 주유소에 전화를 걸자 ‘금·토·일 요소수 판매하지 않습니다. 문의 전화 자제해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내용의 자동 응답 메시지만 흘러나왔다.
그러나 이날 오전 6시부터 요소수가 차례로 공급된다는 말에 일찌감치 공급 명단에 있는 주유소를 찾은 화물차들은 길게 꼬리를 물고 늘어섰다. 도로변에 차를 댄 기사들은 주유소에서 요소수가 언제 들어올지 알 수 없다는 답변만 돌아오자 아예 시동을 끄고 기다릴 채비를 했다.
동구 한 주유소 앞에서 기다리던 화물차 기사 진모(60) 씨는 “그저께 군에서 공급한 요소수 10ℓ를 받아서 겨우 쓰다가 오늘 주유소에 요소수가 들어온다는 기사를 보고 일찍 찾아왔다”며 “일단 기다려보다가 사정이 여의치 않으면 고속도로 휴게소라도 찾아가 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주유소를 찾은 다른 화물차 기사도 “저번에 어떤 주유소에서 요소수를 판다고 해 갔더니 10대 앞에서 끊겼다”며 “오늘 오후 2시 좀 넘어서까지 기다리다가 계속 안 들어오면 어쩔 수 없이 다른 데로 가봐야겠다”고 했다.
앞서 환경부는 이날 오전 6시부터 롯데정밀화학에서 차량용 요소수 약 180만ℓ를 화물차들의 이용 빈도가 높은 전국 주유소 100곳에 순차적으로 공급한다고 밝혔다. 이는 화물차 1대당 1회 30ℓ씩 모두 6만대에 공급할 수 있는 물량이다. 지난 11일 발동된 요소수 긴급수급 조정 조치로 주유소에서 차량 1대당 한 번에구매할 수 있는 요소수 양은 승용차 최대 10ℓ, 승합차·화물차·건설기계·농기계는최대 30ℓ로 제한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