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성추행 피해’ 이 중사 숨지기 열흘 전, ‘다른 공군 사망자’ 있었다

등록 2021-11-15 17:31수정 2021-11-16 02:07

“성추행 사실 확인하고 스트레스로 인한 사망 결론”
가해자는 5개월 뒤에야 강제 추행 혐의로 기소
군인권센터 “이중사 사건처럼 은폐·축소 의혹”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공군에서 성폭력 피해를 입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 이아무개 중사 사건이 발생하기 전 또 다른 공군 부사관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군이 초기에 강제추행 피해 사실을 확인하고도 ‘스트레스로 인한 사망’으로 사건을 종결했다가 뒤늦게 가해자를 재판에 넘겼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군인권센터는 15일 서울 마포구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5월11일 공군 8전투비행단에서도 여군 ㄱ하사가 사망한 사건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같은달 21일 성추행 피해를 입고 극단적 선택을 한 이 중사 사건 보다 열흘 앞서 벌어진 일이었다.

군인권센터는 “‘이중사 사건’에서 보여준 군 수사기관의 부실한 초동 수사와 (ㄱ하사) 사건에서 군이 보인 행태는 매우 유사하다”고 주장했다.

군인권센터와 ㄱ하사의 유족이 확인한 ㄱ하사의 상담 및 사건기록을 보면, ㄱ하사 변사사건을 수사한 8비 군사경찰은 유서가 발견되진 않았음에도 ㄴ준위가 ㄱ하사에게 성추행한 사실을 초기에 인지했다. 군인권센터는 “가해자와 피해자는 계급이 하사와 준위로 차이가 많이 나는데다 나이도 가해자가 28살이나 많다. 그런데 수사과정에서 가해자가 피해자의 숙소에 홀로 방문하거나, 먹을 것을 사주겠다며 집 근처로 간 것이 최소 7차례나 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군은 지난 5월21일 ㄴ준위를 소환 조사했고, 지난 3월∼4월초 사이와 4월21일 두 번에 걸쳐 부대 상황실에서 ㄱ하사의 볼을 잡아당기는 등 강제추행했다는 자백도 받아냈다. 조사에서 ㄱ 하사가 숨지기 이틀 전에도 마지막으로 만난 부대원도 ㄴ준위라는 사실도 확인됐다.

하지만 군은 지난 6월10일 “(ㄱ하사가) 체계 불안정에 따른 업무 과다, 코로나 19로 인해 제한되고 통제되는 군대에서의 삶 등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수사 결과를 내놓은 뒤 순직 결정만 내렸다. 당시는 이 중사 사건에 대한 군의 은폐 의혹이 불거지고, 이성용 전 공군참모총장이 사퇴(6월4일)한 시기다.

그러나 군검찰은 ㄴ준위에 대해 ㄱ하사 사망 당일 피해자가 출근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숙소까지 찾아가 방범창을 뜯고 ㄱ하사 숙소에 진입했던 혐의(공동재물손괴·공동주거침입)등으로만 지난 7월 기소했다.

군은 이 중사 사건으로 군에 대한 비판이 계속되던 8월에야 ㄴ준위를 ‘군인 등 강제추행’ 혐의로 새롭게 입건했다. 이때까지 ㄱ하사의 유족은 ㄱ하사의 강제추행 피해사실은 물론 군이 이를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다는 점을 전혀 알지 못했다. 유족이 이유를 물었을 때도 군은 “조사하다 보니 강제추행 소지가 있어 입건했다”고 답했다고 한다. ㄴ준위는 두 달이 지난 10월14일 강제추행 혐의로 추가 기소됐다.

군인권센터는 “공군은 의도적으로 강제추행 사건을 (ㄱ하사) 사망 사건과 분리해 문제를 은폐, 축소하려고 시도했고, 관련 이슈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사그라들 때 슬그머니 분리 기소했다. 군에서 세상을 떠난 피해자의 명예를 되찾는 일은 왜 항상 유가족의 몫이 되어야 하는가”라고 군을 비판했다.

이에 대해 공군은 “강제추행 등 자살 원인에 대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하였으며, 수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업무상 스트레스’로 인한 순직이 충분히 인정되어 관련 절차에 따라 처리했다”며 “재판에 미칠 영향을 우려해 종결되지 않은 사안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제한되는 점 양해 바란다”는 입장을 밝혔다.

장예지 장현은 권혁철 기자 penj@hani.co.kr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 자살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 전화하면 24시간 전문가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물리학자 김상욱의 ‘응원’ “한남동 키세스 시위대는 우주전사” 1.

물리학자 김상욱의 ‘응원’ “한남동 키세스 시위대는 우주전사”

영장 재청구 뒤 ‘2차 집행’ 시동…“경호처, 또 막으면 현장 체포” 2.

영장 재청구 뒤 ‘2차 집행’ 시동…“경호처, 또 막으면 현장 체포”

[영상] 폭설 버틴 시민들 공수처에 분노 “영장 들고 단 한 번 체포 시도라니” 3.

[영상] 폭설 버틴 시민들 공수처에 분노 “영장 들고 단 한 번 체포 시도라니”

‘관저 김건희 개 산책 사진’ 어디서 찍었나…“남산에서 보인다길래” 4.

‘관저 김건희 개 산책 사진’ 어디서 찍었나…“남산에서 보인다길래”

경찰 “경호처 또 막으면 체포…공수처와 윤석열 2차 영장 집행” 5.

경찰 “경호처 또 막으면 체포…공수처와 윤석열 2차 영장 집행”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