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전 대법원장.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재판거래 의혹 사건인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손해배상청구 소송’ 사건 당사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냈다. 양승태 대법원이 재판을 불법으로 지연시킨 결과 손해가 발생했다는 취지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3부(재판장 홍진표)는 17일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이춘식(97)씨와 고 김규수씨의 아내 최아무개씨가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2억200만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첫 변론기일을 열었다. 이씨와 김씨는 강제동원 피해를 호소하며 2005년 신일철주금(옛 신일본제철)을 상대로 손배소를 냈고, 2018년 10월30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원고 승소 확정판결을 받기까지 13년의 세월이 걸렸다. 2012년 대법원이 원고 패소로 판결한 서울고법의 판결을 뒤집고 원고 승소 취지로 파기환송했는데, 이듬해 신일철주금이 재상고하면서 이에 대한 대법원 최종 판단이 나오기까지 5년이 걸린 것이다.
원고 쪽은 양승태 대법원이 이 사건 재판을 고의로 지연시킨 결과 헌법이 보장하는 공정하고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당했다고 주장한다. 2013년 양승태 대법원은 당시 ‘상고법원 도입’이란 목적 달성을 위해 박근혜 정부에 외교적 부담이었던 강제동원 사건 재판을 지렛대로 삼았다는 의혹을 받는다. 양 전 대법원장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등은 ‘강제동원 피해자 승소 판결이 확정되지 않길 바란다’는 정부 입장을 고려해 강제동원 사건 재상고심 재판을 고의로 미뤘고, 특히 양 대법원장은 일본 기업을 대리하는 김앤장 소속 변호사와 직접 만나 강제동원 사건 처리 방법을 논의하는 등 재판거래를 한 혐의를 받는다. 양 대법원장과 임 전 차장은 현재 재판거래 혐의 등으로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원고 쪽은 이날 “2012년 대법원에서 원고 승소 취지의 판결이 있었음에도 재판이 지연되는 등 재판거래 행위에 따라 손배소를 청구한 것이다. 당초 원고들은 양승태·임종헌 두 사람의 형사재판 결론에 따라 소송을 제기하고자 했지만, 이 사건 재판이 통상과 다르게 지연되면서 더는 기다리기 어렵다고 판단해 소송을 제기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피고인 대한민국 쪽은 법정에서 “원고들의 주장만 있을 뿐이고 입증은 없는 상태”라며 원고에게 소송을 취하할 것을 언급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약 5개월 뒤 변론기일을 열어 양 전 대법원장과 임 전 차장 형사재판 진행경과를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2019년 2월 시작한 양 전 대법원장의 1심 재판은 2년8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증인신문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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