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서지윤 간호사 추모 조형물 제막식이 지난 5월10일 오후 서울 중랑구 신내동 서울의료원 들머리에서 열려 유가족이 뜻을 모아 준 시민들께 감사인사를 하고 있다. 고 서 간호사는 2019년 1월5일 직장 내 괴롭힘으로 숨졌다. 이원석 작가가 작업한 추모조형물 `미래의 약속'은 고인에 대한 기억과 의료현장을 지키는 간호사들에 대한 감사, 의료환경 개선을 위한 의지가 담겨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최근 의정부 을지대병원의 한 간호사가 ‘태움’(직장 내 괴롭힘) 피해를 호소하다 숨진 채 발견된 가운데, 올해 최소 18명이 직장 내 괴롭힘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집계됐다.
직장갑질119는 28일 “올해 1월1일부터 11월27일까지 직장 내 괴롭힘으로 숨진 사례를 언론보도와 국민신문고를 통해 집계한 결과, 신원이 확인된 직장인만 총 18명”이라고 밝혔다. ‘태움’에 시달리다 지난 16일 을지대병원 기숙사에서 숨진 채 발견된 신규 간호사 오아무개(23)씨, 직장 내 괴롭힘 피해를 호소하다 지난 9월26일 사망한 대전시 9급 공무원 이우석(26)씨 등이다. 직장갑질119는 이 가운데 절반인 9명이 공공기관 소속이었다고 밝혔다.
직장갑질119는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한 뒤 극단적 선택을 언급하는 상담도 꾸준히 접수되고 있다고 밝혔다. 직장인 ㄱ씨는 “직장 상사가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매일 소리를 지르고 폭언을 했다”며 “공황장애, 우울증, 불안 장애를 얻고 자살 시도까지 했다”고 지난 9월 직장갑질119에 털어놨다. 직장인 ㄴ씨는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한 후 마음의 병이 악화돼 공황장애, 자살 충동으로 인해 정상생활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이달 직장갑질119에 토로했다.
직장갑질119는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해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오히려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실제 사망으로 이어진다고 분석했다. 직장갑질119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 퍼블릭’에 의뢰해 9월7일부터 14일까지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갑질지수 및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 설문조사를 한 결과,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했을 때 신고자의 신원이 노출될 것 같다’는 문항은 ‘갑질’ 관련 문항 50개 중 5번째로 점수가 높았다. 해당 설문조사는 점수가 높을수록 ‘갑질’이 심각하다는 의미다.
직장갑질119는 또 대전시가 이달 간담회를 열고 지난 9월 이씨의 사망과 관련해 직장 내 괴롭힘의 원인을 세대 차이라고 짚은 데 대해 잘못된 진단이라고 지적했다. 직장갑질119는 “직장 갑질은 범죄”라며 “대전시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철저한 조사를 통해 진상을 규명하고, 가해자를 일벌백계해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권두섭 변호사(직장갑질119 대표)는 “정부가 3년 전 공공부문 갑질 종합대책을 내놨지만 실제 현장에서 제대로 구현되지 못했다”며 “근로기준법에 있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 규정이 공무원에게 적용될 수 있도록 같은 내용을 공무원 관련법에도 명시해야 한다. 반복적으로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하거나, 조직문화를 바꾸기 위한 실질적인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기관장에 대해서는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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