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 유입 차단을 위해 방역을 강화한 가운데 30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탑승수속장에서 방호복을 입은 관계자가 발열체크와 백신 접종 증명서를 확인하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감염자가 국내에서 확인된 가운데 미국에서도 오미크론 변이 감염자가 확인됐다.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에서 오미크론 변이를 세계보건기구(WHO)에 보고한지 일주일여만에 최소 27개국에서 오미크론 감염자가 나왔다.
국내에서 오미크론 변이가 처음 확인된 1일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오미크론 변이 추가 유입과 국내 확산을 막기 위해 나이지리아를 입국제한국으로 추가 지정했다. 앞서 정부는 남아공과 보츠나와, 모잠비크 등 8개국을 입국제한국으로 지정했는데 나이지리아가 추가되면서 입국제한국은 9개국으로 늘었다. 이날 정부는 오미크론 바이러스 대응 범부처 티에프(TF)를 열고, 3일부터 16일까지 2주간 국외에서 입국하는 모든 입국자에 대해 10일간 격리조치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예방접종을 했더라도 격리가 면제되지 않는다.
미국과 유럽 등에서 오미크론 감염자가 속출하면서 일각에서는 나이지리아 등 9개국 입국제한 만으로는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을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일본은 지난 30일 오미크론 첫 감염자가 확인되자 1일부터 모든 외국인의 신규 입국을 금지했다.
하지만 국내 방역당국은 특정 국가를 지정해 입국금지 하는 것보다 입국자 격리를 통해 오미크론 변이를 걸러내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2일 중앙안전대책본부(중대본) 브리핑에서 “오미크론 전파가 빨라서 위험한 국가 외에도 가능성 있는 국가를 따지면 매일 늘어나고 있다. 특정국가를 입국금지 하는 것보다 모든 입국자들 10일간 격리하면서 PCR검사를 통해 의심환자가 나오면 전장유전체(바이러스 유전자 전체) 분석을 통해 오미크론인지 여부를 확인하는게 더 효율적인 대책이라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현재 국내 PCR검사는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를 바로 가려낼 수는 없지만, 의심 사례를 분류할 수는 있다. 중대본은 “변이 PCR검사에서 델타, 알바, 베타, 감마와 오미크론 공통변이 부분에 양성이 나오면 오미크론으로 의심하고 있다”며 “지금까지 해당 부분에서 양성이 나온 것 가운데 오미크론 변이가 아닌 사례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1일(현지시각) <에이피>(AP) 통신 등 보도를 보면,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 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NIAID) 소장은 이날 백악관 브리핑에서 캘리포니아주에서 미국의 첫 번째 오미크론 확진자가 나왔다고 밝혔다. 지난달 22일 남아공에서 샌프란시스코로 귀국했고, 일주일 뒤인 29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 확진자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마쳤지만 오미크론 변이에 감염됐다. 이른바 돌파 감염이다. 그는 경미한 증상을 보이다가 현재 회복되는 상태로, 자가 격리를 하고 있다. 미 보건당국은 이 확진자와 긴밀하게 접촉한 사람들을 추적해 코로나19 검사를 했지만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다. 파우치 소장은 “미국에서 오미크론 감염자가 나오는 것은 시간문제였다”며 남아공 등 아프리카 8개국으로부터의 여행을 제한한 여행 금지 조처는 오미크론 변이를 분석할 시간을 벌기 위한 임시 조처일 뿐이었다고 말했다.
오미크론 변이는 지난 25일 처음 보고된 뒤 1주일 만에 아프리카와 유럽, 미국, 한국 등 최소 27개국에서 확진자가 보고되면서 빠르게 번지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날 발간한 주간(11월22~28일) 코로나19 역학 보고서에서 “기존 우려 변이와 비교해 오미크론 변이는 면역회피 또는 더 높은 전파력 가능성을 시사하는 예비 증거가 있다”며 “이는 추가적인 확진자 급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이번 평가에 대한 증거는 상당한 불확실성을 포함하며 더 많은 정보가 사용 가능해지면 업데이트할 것”이라고 했다. 과학자들은 오미크론 변이의 정확한 특성 파악에 2주 또는 여러 주가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황춘화 최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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