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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내가 낸데!” 부산대 앞 술집은 ‘NO 교수존’을 선언했다

등록 2021-12-07 16:32수정 2021-12-08 09:18

부산대 교수의 출입 자제를 요청하는 ‘노교수존’을 운영하는 술집 공지문. 점주 제공
부산대 교수의 출입 자제를 요청하는 ‘노교수존’을 운영하는 술집 공지문. 점주 제공

“다른 손님들의 편안한 이용을 위해 부산대학교 정규직 교수님들은 출입을 삼가주시길 부탁드립니다. 혹시 입장 하신다면 절대 스스로, 큰 소리로 신분을 밝히지 않으시길 부탁 드립니다.”

지난달 부산대 앞 한 카페 겸 술집 입구에 정중하게 교수들의 ‘출입 자제’를 요청하는 내용이 담긴 공지문이 붙었다. 누군가 이 공지문을 찍어 트위터에 올리자 1만6천여건 리트윗(7일 기준)되며 공감한다는 댓글이 달렸다.

대학가에서 장사하면서 교수들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한 이유는 뭘까. 이 가게 사장 ㄱ씨는 7일 <한겨레>에 “매장을 운영한 뒤 이른바 ‘진상 손님’이 세명 있었는데 모두 이쪽 대학교수였다. 직업을 알게 된 건 ‘내가 여기 교순데!’라고 말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노키즈존 등) ‘노OO존’이 혐오의 한 방식이라 생각해서 (노교수존을) 시행하기 전 고민을 오래했다. 교수 직업을 혐오하고 배척하는 게 아니라 ‘내가 낸데!’라고 소리치는 무례함에 대한 혐오를 표현하기 때문에 괜찮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가게 주요 고객이 대학원생이라는 점도 고려했다고 한다. ㄱ씨는 “평소 대학원생 손님들이 과도한 업무와 교수의 갑질로 스트레스 받는 것을 많이 봤다. 쉬기 위해 들른 술집에서 담당 교수를 마주칠 수 있는 일이 없도록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ㄱ씨는 가게를 ‘노교수존’으로 명명한 뒤 대학원생 손님들한테 “재밌다”는 반응을 자주 듣는다고 한다.

출입 금지 당사자인 부산대 교수 사회에서는 ‘그럴 수 있다’는 반응이 나온다. 박재진 교수(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는데 학생들이 마음 편히 얘기할 곳도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 (노교수존이) 기분 나쁘지 않고 오히려 재밌는 시도 같다”고 했다.

공지문을 본 트위터 이용자들 중에는 “어떤 차별도 정당화되어서는 안 된다는 나의 신념을 흔들리게 하는 차별이다” “세상에 좋은 차별도 있군” “대상이 사회적 강자니까 괜찮아 보인다” 등 사장 결정에 긍정적 반응을 보이는 이들이 많았다.

해당 술집이 노골적으로 교수 신분을 묻고 입장을 금지 하는 것은 아니지만 특정 교수 문제를 교수 집단 전체로 일반화하는 ‘노교수존’ 역시 차별의 관점에서 볼 수 있다는 반론도 있다. 상대적으로 사회적 지위가 있는 교수와 단순 비교하긴 어렵지만, 몇년 사이 식당이나 카페, 캠핑장 등 소규모 사업장에선 나이를 기준으로 출입을 금지하는 경우가 늘어나 논란이 되고 있다. 아동 출입을 금지하는 ‘노키즈존’이 대표적이고, 청소년 출입을 금지하는 ‘노스쿨존’이 있다. 최근엔 40대 이상 중년 커플 예약을 받지 않는 캠핑장에 ‘노중년존’이라는 이름이 붙기도 했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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