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 한 사용자가 올린 게재 제한 알림 사진.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갈무리
10일 네이버·카카오·구글 등이 디지털성범죄물 유통을 막기 위한 ‘사전 필터링 기술’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이날 시행된 ‘사전 필터링’(식별 및 게재 제한)은 텔레그램으로 성착취물을 공유해 공분을 일으킨 ‘엔(n)번방’ 사건 후속 조처다. 이용자가 동영상 또는 움직이는 이미지(움짤) 등을 보내기 전에 디지털성범죄 영상물을 모은 데이터베이스와 비교해 불법촬영물을 식별하는 기술이다. 세계에서 처음 시행되는 제도다. 사업자들은 정부가 개발해 제공하는 관련 기술 등을 활용해 불법촬영물 여부를 식별하고, 불법촬영물로 판명되면 게시를 제한하게 된다. 이에 따라 카카오는 지난 3일 “정보통신망에서 불법촬영물등을 유통할 경우 삭제 등 유통방지에 필요한 조치가 취해진다. 관련 법률에 따라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서비스 이용 시 유의해달라”는 공지를 올리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엔번방 방지법’으로 불린 개정 전기통신사업법은 매출액 10억원 이상 또는 일평균이용자 10만명 이상인 에스엔에스(SNS) 및 포털 사업자 등을 대상으로 불법촬영물에 대한 기술적·관리적 조치 의무를 부과했다. 네이버·카카오·디시인사이드·아프리카TV 등 국내 인터넷 사업자는 87곳, 구글·메타·트위터·위챗·틱톡 등 해외 인터넷 사업자 8곳이 대상이다.
이번 조처가 시행되자 서비스 이용자들은 카카오톡 오픈채팅 등에 각종 영상 등을 올린 후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라 방심위에서 불법촬영물 등으로 심의·의결한 정보에 해당하는지 검토중’이라는 알림을 받았다”며 화면 갈무리를 올렸다. “고양이 영상을 올려도 걸린다” “수위가 높아도 영상이 아닌 이미지는 가능하다” 등 후기도 공유했다.
일각에서 ‘검열’이라는 반발이 거세자 정치권에서도 반응이 나왔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헌법 18조가 보장하는 통신의 자유를 심하게 침해할 소지가 있고 실질적으로 ‘엔(n)번방’ 사건에서 유통경로가 됐던 텔레그램 등에는 적용이 어려워 결국 실효성이 떨어지는 조처”라고 했다.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불법촬영물에 대해 표현의 자유가 운운되는 것이 당황스럽다. 검열은 콘텐츠 게재에 앞서 공개 여부를 결정하는 것인데, 이번 경우는 불법촬영물과 같은 정보값을 찾는 것이고 시간이 걸릴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텔레그램 등) 사적인 대화방은 해당 법 적용을 받지 않는다. 카카오톡 오픈채팅은 게시판 성격이어서 포함됐다”고 덧붙였다. 텔레그램 등 사적인 대화방이나 이메일 등으로 유통되는 불법촬영물의 경우엔 여전히 별도 수사의 영역이라는 얘기다.
이주빈 박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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