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점심시간 서울 중구 명동거리 모습. 연합뉴스
서울 강남구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황지미(44)씨는 15일 한숨을 쉬며 명부를 펼쳤다. 글자 위로 굵은 선이 가득했다. 황씨는 “모두 예약 취소 건”이라고 말했다. 황씨는 “방으로 이뤄진 식당이라 주로 저녁 모임 예약이 많은 편인데 오늘 저녁에만 예약이 3건 취소됐다. 인원 제한이 10명에서 6명으로 줄면서 하루에 3~4건은 취소된다.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김부겸 국무총리가 “더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하고자 한다”고 발표한 이날, <한겨레>가 만난 자영업자들은 한숨을 쉬었다.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으로 기지개를 켰던 이들은 지난 6일부터 적용된 단계적 일상회복 1차 개편안(수도권 사적모임 인원수 10명→6명, 비수도권 사적모임 인원수 12명→8명)에 이어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사실에 “위드 코로나로 트였던 숨통이 다시 조여지고 있다. 거리두기 강화 발표가 나오면 더 힘들어지겠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연말 송년회 특수를 기대했던 식당·술집을 운영하는 이들의 걱정이 컸다. 한우 식당을 운영하는 원현숙(55)씨는 “확진자가 늘어나면서 손님이 절반 이상 줄었다. 그나마 점심시간에 직장인들이 와서 겨우 벌이를 하는 편이었는데 회사들이 재택근무로 전환했는지 최근 점심 직장인 손님도 반이상 줄어들었다”고 했다. 한정식집을 하는 정아무개(65)씨도 “요즘 회사에서도 모임을 제한하고 있다고 많이 느껴진다. 계산할 때 보면 법인카드로 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회사 저녁 모임이 전체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데 걱정이 크다”고 했다. 호프집을 운영하는 김아무개(66)씨는 “이렇게 찔끔찔끔 계속 정책을 바꾸면, 자영업자만 죽으라는 것이다”라고 토로했다.
시간제한과 인원제한 등 거리두기 구체적 지침이 어떻게 나올지 촉각을 세우는 자영업자들도 많았다. 서울 종로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이아무개(30)씨는 “이곳은 회사원 상권이다보니 시간제한보다는 인원제한 타격이 더 크다. 인원이 제한되면 회식이 불가능하지 않느냐”고 우려했다. 고깃집에서 일하는 오성민(20)씨는 “고깃집은 12월이 피크다. 4명이든 6명이든 테이블당 단가는 비슷한 편이라 영업시간 제한만큼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한 헬스장 매니저 정아무개(31)씨는 “자세한 대책이 나와봐야 알겠지만, 헬스장에서 샤워장 이용 금지가 포함되거나 하면 많이 힘들 것 같다. 지난번 샤워장 이용 금지 조치 때는 환불 문의가 하루 5건씩 들어왔다”고 말했다.
다만 일부 자영업자들은 거리두기 고삐를 조일 수밖에 없는 현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정씨는 “우리 직원들도 자가격리에 들어간 사람이 있다. 그러니까 확산세가 와 닿는다. 정부가 이해되는 측면도 있다”고 했다. 일식집을 운영하는 한동훈(40)씨는 “풀리면 확진자가 늘고 제한하면 자영업자가 힘들다. 이건 어쩔 수 없는 게 아닌가 싶다. 국민의 한 사람이니까 동참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직장에서도 송년 모임을 속속 취소하거나 연기하는 상황이다. 직장인 정아무개(28)씨는 “회사에서 부서별로 지급되는 문화활동 지원비가 있다. 이번에 위드 코로나가 되면서 영화, 뮤지컬 단체 관람을 예약했지만, 최근에 모두 취소했다”고 말했다. 경남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박아무개(30)씨도 “11월 이후에 회식을 조금씩 하는 분위기였는데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다음주 회식이 취소됐다. 이제 회의 중에 다과를 먹는 것도 금지됐다”고 전했다. 사적 모임도 마찬가지다. 김아무개(40)씨는 “코로나 확산세 보고 어제 친구들과 송년회 계획도 만장일치로 취소했다. 아이 있는 집들이라 굉장히 조심하고 있다”고 했다.
한편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는 “왜 또다시 정부와 방역 당국의 무책임이 자영업자에게만 떠넘겨지고 있냐”며 오는 22일 오후 서울 광화문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겠다고 이날 밝혔다.
이주빈 박강수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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