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4일 박근혜 전 대통령을 특별사면하면서 한명숙 전 국무총리를 복권하고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을 가석방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정부는 ‘국민화합’을 이유로 들었지만, 한편에서는 문 대통령이 박 전 대통령을 사면·복권하면서 여권과 진보진영이 각각 요구해 온 한 전 총리와 이 전 의원의 복권과 가석방을 끼워 넣은 것이 아니냐는 풀이도 나온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이날 “온 국민이 대화합을 이뤄 미래를 향해 새로운 걸음을 내딛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박근혜 전 대통령을 특별사면 및 복권하고, 한명숙 전 국무총리를 복권했다”고 밝혔다. 진보·보수 쪽 인사를 각각 사면·복권해 국민 대화합을 꾀하겠다는 셈법이다.
그러나 한 전 총리 복권은 여권의 숙원사업이었다는 점에서 문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부담이 따를 수밖에 없는 박 전 대통령의 사면·복권을 추진하며 한 전 총리를 포함시켰다는 분석도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여권을 중심으로 한 전 총리 사면 요구는 꾸준히 제기돼 왔다. 박범계 장관은 지난 3월 한 전 총리 뇌물수수 사건에 대한 위증 의혹을 다시 살펴 기소 여부를 판단하라고 수사지휘권을 행사하기도 했다. 앞서 문 대통령도 2015년 한 전 총리가 대법원에서 확정판결을 받을 당시 “진실을 지켜내지 못하고 한명숙 총리님을 감옥으로 보내야 하는 우리의 무력함이 참담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한 전 총리는 9억원가량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2015년 대법원에서 징역 2년과 추징금 8억8300만원을 확정받고 2017년 8월 만기출소했다. 사면은 형 집행이 면제되고, 복권은 형 선고에 따라 상실되거나 정지된 자격이 회복된다. 한 전 총리는 2027년까지 피선거권이 박탈됐지만, 이번 복권에 따라 정치활동을 할 수 있게 됐다.
내란선동죄로 8년3개월째 수감 중인 이석기 전 의원의 가석방도 진보진영 달래기로 보인다. 진보진영에서는 이 전 의원의 사면을 꾸준히 요구해왔다. 하지만 사면이 아니라 가석방을 택한 것은 정치적 부담을 고려한 결정으로 보인다. 특별사면·복권은 대통령의 헌법상 권한이지만, 가석방은 법무부 장관이 허가하기 때문에 정치적 부담이 덜하다. 이 전 의원은 내란선동 혐의 등으로 2015년 징역 9년과 자격정지 7년형이 확정됐다. 복역 중 자신이 운영하는 선거 홍보업체 자금 횡령죄 등으로 형기가 8개월 늘어 2023년 5월 만기출소할 예정이었다.
김경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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