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브이(UV·자외선) 차단 기능이 있어서 양산으로도 쓸 수 있습니다. 자세히 한번 살펴볼까요?”
지난 9월10일 경기 시흥시노인종합복지관의 김혜령 사회복지사는 유튜브에서 ‘일일 쇼호스트’가 됐다. 홈쇼핑 화면처럼 꾸민 영상 속에서 김 복지사는 형형색색의 우산을 펼쳐보며 상품의 장점을 말하며 시청자들의 우산 구매를 권유했다. 물론 상품 판매의 목적은 홈쇼핑과 다르다. “우산을 구입하면 지역 어르신의 겨울나기를 지원할 수 있습니다!”
지난해부터 확산된 코로나19는 사회복지관 및 시설 등이 정기적으로 진행하는 ‘바자회’의 풍경도 바꿔놓았다. 통상 복지관 등은 후원 받은 물품을 시설에서 전부 소화하기 어렵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바자회를 연다. 복지관은 물품을 팔아 받은 현금을 후원금으로 쓰고, 지역 주민들은 시가보다 싸게 필요한 물건을 살 수 있어 ‘윈윈’이다.
하지만 코로나19로 대면 모임이 어려워지자 복지관들도 ‘유튜브 바자회’ 등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놓지 않을 수 없었다. 28일 유튜브를 보면 시흥시노인종합복지관 외에도 관악노인복지종합관, 삼전종합사회복지관 등 지난해 코로나19 확산 이후 여러 복지시설에서 바자회를 진행한 영상이 남아 있다. 김 복지사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코로나로 대면 바자회를 하기 어렵던 차에 복지관 유튜브가 있으니 활용해보자고 얘기해 온라인 바자회를 진행하게 됐다”며 “후원받은 우산 1000개 중 400여개가 팔려 기대 이상의 성과였다”고 말했다.
물론 온라인이 익숙하지 않은 계층과 사회적 거리두기를 모두 고려해 제한적으로 대면 바자회를 진행한 복지관도 있다. 서울 강북 지역의 한 사회복지관에선 올해만 세차례 ‘무인 바자회’를 진행했다. 복지관 1층 로비에 물건을 진열한 뒤, 4㎡당 1명씩 한번에 7명 이상 입장하지 못하도록 규정을 지켜가며 바자회를 연 것이다. 복지관 관계자는 “보통 바자회를 열면 복지관 직원 전원이 동원되는데, ‘무인 바자회’에는 인원을 제한하는 직원 1명 외에는 바자회에 참여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바자회 판매 규모도 기존보다 4분의1 규모로 줄었지만 어려운 상황에서 다른 선택지가 많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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