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첫날인 지난 2019년 7월17일 낮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직장갑질 119’ 주최로 열린 ‘슬기로운 직장생활 캠페인’에서 직장 내 괴롭힘 예시가 적힌 전시물들이 세워져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2019년 7월16일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갑질금지법)이 시행됐지만, 직장 내 괴롭힘 신고 10건 중 7건이 단순 행정종결 처리된 것으로 집계됐다. 직장인들은 여전히 직장 내 갑질이 심각하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직장갑질119가 공개한 ‘사례와 통계를 통해 본 갑질금지법 시행 2년5개월 보고서’를 보면, 지난 2019년 7월19일부터 2021년 10월13일까지 고용노동부에 접수된 직장 내 괴롭힘 신고 건수는 총 1만2997건이었다. 그중 개선지도가 이뤄진 사건은 23.9%, 검찰 송치로 넘어간 사건은 1.2%에 불과했다. 74.9%의 사건은 취하되거나 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 등으로 단순 행정종결처리 됐다.
갑질금지법 시행 뒤 직장 내 괴롭힘 경험은 다소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직장갑질119는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분기별로 설문조사를 진행하는데, 직장 내 괴롭힘 경험 비율이 2020년 6월 45.4%에서 2021년 9월 조사에서는 28.9%로 16.5% 포인트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신고해도 처리되는 사건보다 단순종결 처리되는 사건이 많다 보니 직장인들이 느끼는 직장 갑질의 심각성은 개선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갑질119의 직장인 1000명 조사결과를 보면, 갑질이 심각하다고 느끼는 직장인은 2020년 6월 33%에서 2021년 9월 32.5%로 0.5%포인트 감소하는 데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직장 내 괴롭힘을 뿌리뽑기 위해선 근로기준법 개정과 적극적 노동행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직장갑질119는 보고서에서 “직장 내 괴롭힘 신고 10건 중 7건이 단순종결됐다는 것은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많고,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아도 고용노동부의 소극행정으로 제대로 처리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보여주는 수치”라며 “5인 미만 사업장, 간접고용, 특수고용 등도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할 수 있도록 근로기준법 및 시행령을 개정하고, 근로감독관의 혁신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병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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