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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이한열 열사 어머니 배은심 여사 별세…아들 이어 민주투사로

등록 2022-01-09 10:48수정 2022-01-09 10:58

“민주주의는 그냥 온 것이 아니라 피와 눈물과 땀이 범벅돼 왔다”
고 이한열 열사의 34주기 추모행사가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한열동산에서 열린 지난해 6월9일 오후 배은심씨가 이야기를 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고 이한열 열사의 34주기 추모행사가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한열동산에서 열린 지난해 6월9일 오후 배은심씨가 이야기를 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1987년 6월 민주항쟁 도화선이 됐던 고 이한열 열사 어머니 배은심 여사가 9일 별세했다. 향년 82.

배 여사는 지난 3일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뒤 전날 퇴원했다. 퇴원 후 무리 없이 대화를 나누는 등 건강을 회복한 것처럼 보였으나 하루 만에 다시 쓰러졌다. 가족이 배 여사를 발견하고 곧바로 병원으로 옮겼으나 다시 일어나지 못했다. 아들 뜻을 이어받아 민주화와 인권을 위해 투쟁해 온 배 여사는 아들이 떠난 지 35년 만에 아들 곁으로 갔다. 다른 지역에 사는 가족이 모두 병원에 도착하는 대로 부검 여부 및 장례 절차 등을 결정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1987년 6월9일 이한열 열사의 죽음은 6월 민주항쟁의 불길이 돼 전국으로 퍼져나갔다. 아들의 죽음은 배 여사 인생을 통째로 바꿔놓았다. 평범한 주부였던 배 여사는 아들의 못다 이룬 꿈을 위해 민주화운동에 헌신했다. 배 여사는 ‘한열이의 이름으로’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유가협)에 참여해 전태일 열사 어머니 고 이소선(1929-2011) 여사와 박종철 열사 아버지 고 박정기(1928-2018)씨 등과 함께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한 시위와 집회가 열리는 현장이면 전국 어디든 달려가 힘을 보탰다.

▶[영상] 2018년, ‘제31주기 이한열 추모제’에 참석한 배은심 여사

배 여사는 유가협 회장을 맡아 1998년부터 422일 동안 국회 앞 천막 농성을 벌여 민주화운동보상법과 의문사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 제정을 끌어내기도 했다. 2019년에는 용산참사 소식을 듣고 피해자 가족들과 함께 눈물을 흘리고, 용산범대위 공동대표를 맡아 힘을 보탰다. 배 여사는 민주화와 인권 운동에 헌신한 공로를 인정받아 2020년 6월 6·10민주항쟁 33주년 기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고 이소선 여사 등과 함께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았다. 배 여사는 훈장을 받는 자리에서 ‘서른세 번째 6월10일에 보내는 편지’를 낭독하며 “다시는 민주주의를 위해 삶을 희생하고 고통받는 가족들이 생기지 않는 나라가 됐으면 한다”는 간절한 소망을 전하기도 했다.

배 여사는 앞서 2018년 6월 이 열사가 다니던 연세대학교와 이한열기념사업회가 함께 주관해 연세대에서 열린 이한열 열사 31번째 추모제에서 “민주주의는 그냥 온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피와 눈물과 땀이 범벅되어 한 발짝씩 온다. (열사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고 역사에 길이 남을 것이라 믿는다”는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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