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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영하 날씨에 강행한 ‘콘크리트 타설’이 광주아이파크 붕괴 일으켰나

등록 2022-01-12 20:27수정 2022-01-13 02:01

추운 날씨·바람에 크레인 중지…타설은 진행
시행사 “무리할 이유 없어…사실 아냐” 반박
‘제대로 감리됐는지 규명’에 원인 규명 달려

12일 오후 광주 서구 화정현대아이파크 붕괴 단면에 철근 등이 삐져나와 있다. 광주/신소영 기자
12일 오후 광주 서구 화정현대아이파크 붕괴 단면에 철근 등이 삐져나와 있다. 광주/신소영 기자

광주광역시에서 신축 공사 중이던 화정현대아이파크 건물 14개 층이 무너져 내린 사고와 관련해, 겨울철 무리한 콘크리트 타설 공사가 사고로 이어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사고 당일 강풍 탓에 크레인 작업이 중단됐는데도, 콘크리트 타설 작업은 영하의 날씨에도 진행된 것으로 확인됐다.

12일 국토교통부 ‘동절기 콘크리트 구조물 품질관리 지침’을 보면, 하루 평균기온이 4도 이하인 기상 조건에서는 반드시 보온·급열 조치 뒤 콘크리트를 시공하도록 돼 있다. 콘크리트가 얼지 않도록 압축강도 4MPa(메가파스칼) 이상을 확보한 뒤, 2일간 0도 이상 온도를 유지해 단단해지도록 양생하기 위한 규정이다. 사고 당시 화정동 인근 기온은 섭씨 영하 2.2도였다.

시공사인 에이치디씨(HDC)현대산업개발은 관할 서구청에 ‘동절기 콘크리트 구조물 품질관리 계획’을 별도로 제출했다고 한다. 하지만 건설 현장에선 겨울철(12~2월) 공사 현장에서는 콘크리트 타설 때 ‘온도 보양’을 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5시간 전까지 현장에서 크레인을 조종한 박정규(48)씨는 <한겨레>와 통화에서 “당시 아침 8시에 작업을 시작해 강풍 때문에 오전 10시30분에 현대산업개발 쪽에 ‘작업이 어렵다’고 전한 뒤 크레인을 멈췄다”며 “(그런데) 오전 10시 레미콘 차가 오기로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39층 바닥 콘크리트 타설 공사가 사고 직전 90%까지 완료됐다고 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20년간 이 일을 해오고 있지만 이런 사고는 듣도 보도 못한 유형이어서 왜 사고가 났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도 말했다.

안홍섭 군산대 교수(건축공학과)는 “콘크리트가 정상적으로 강도를 발현하기 위해서는 상온에서 일정 시간이 경과돼야(적산온도) 한다. 저온에서는 시간이 지나도 강도 발현이 지연되는데, 이번 사고는 타설층을 지지하고 있는 하부층 콘크리트의 강도가 작업 중인 상부층의 하중을 강풍 등의 이유로 견디지 못해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소속 최명기 동신대 교수(토목공학과)도 “38층에서 작업 중 거푸집이 콘크리트 타설 하중 등을 견디지 못하고 붕괴됐거나 공사기간 단축을 위해 겨울철 콘크리트가 굳지 않은 상태로 무리하게 공사를 진행하다 사고가 났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대산업개발 쪽은 “공기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었던 상황이라 공기를 무리하게 단축할 필요가 없었다”며 “201동 타설은 12일에서 18일 양생이 이뤄져 필요한 강도가 확보됐다”고 의혹을 반박했다.

결국, 사고 원인 규명의 열쇠는 시행사 쪽이 구청에 제출한 ‘동절기 콘크리트 구조물 품질관리 계획’대로 공사를 진행했는지가 될 전망이다. 또 기둥 역할을 하는 벽체들이 무너진 것은 상판과 벽체 사이가 제대로 연결·고정되지 않은 결과일 수 있어 또다른 부실 시공이 겹쳐 일어난 사고일 수도 있다. 광주경찰청 수사본부는 이날 현대산업개발 현장사무소와 일부 하청업체들의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았다.

한편, 유병규 현대산업개발 대표이사는 이날 오전 현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있을 수 없는 사고가 발생했다. 책임을 통감한다”며 “수사기관의 조사와 국토교통부 등의 사고 원인 규명에도 성실히 임하겠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잇따른 안전사고의 근본적인 원인을 철저히 조사하고, 사전 예방과 재발 방지를 위한 안전대책 강화 등 후속 조치에 만전을 기”하도록 지시했다고 청와대 박경미 대변인이 밝혔다.

정대하 안관옥 김용희 신다은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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