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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단독] 로펌 가는 경찰들…경찰청 ‘전경예우 주의보’ 발령

등록 2022-03-02 04:59수정 2022-03-02 08:43

지난해 48명 이직…올해 1월에만 13명 로펌행
경찰 ‘경찰 출신 전관예우 방지 매뉴얼’ 추진
수사관-전관변호사 연고 있다면 ‘사건 회피 의무’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변호인은 의뢰인의 억울함을 피력하기 위해 수사기관과 긴밀하게 소통하고 설득한 끝에 검찰·재판단계로 넘어가기 전인 경찰 단계에서 빠르게 무혐의 처분을 받아 사건을 조기에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최근 법무법인(로펌)들이 홍보하는 형사사건 성공사례에서 이런 내용을 자주 볼 수 있다. 지난해 9월 화장실 불법촬영 혐의(성폭력특별법 위반)로 입건된 남성이 경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은 사건도 한 로펌이 자랑하는 성공사례다.

‘경찰 단계에서 빠르게 무혐의’라는 로펌들의 홍보 문구는 지난해 1월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검찰 직접수사 범위는 줄고 수사종결권을 갖게 된 경찰 수사 단계 중요성이 커진 상황을 보여준다. 과거에는 경찰이 1차 수사를 하더라도 수사·기소권을 모두 가진 검찰 단계에서 결론이 뒤집힐 수 있었다. 이 때문에 검사 출신 전관변호사를 선임해 수사에 대응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형사사건 법률시장에선 수임액이 큰 6대 중요 범죄 사건을 수사하는 검사 출신과 유무죄를 결정하는 판사 출신 전관 영입이 중요하다. 다만 성범죄·마약·교통사고 사건 등을 전문으로 하는 중소로펌, 기업형사 등 경찰 수사영역으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려는 일부 대형로펌을 중심으로 경찰 출신 전관 영입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1일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 취업심사 결과를 보면, 지난해 로펌 이직을 승인받은 경찰은 48명이다. 2020년 5명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 뒤 10배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중형로펌인 법무법인 와이케이(YK)로만 30명이 이동했고, 김앤장(4명)·화우(3명)·광장(2명)·바른(2명)이 뒤를 이었다. 수사권 조정에 이어 올해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면서 로펌의 경찰 영입 수요는 계속 확대되고 있다. 올해 1월에만 경찰 13명이 로펌으로 이직했다.

지난해 김앤장 법률사무소는 경찰수사연구원장(경무관)을 지낸 김근식(사법연수원 27기) 변호사, 경찰대 출신으로 경찰청 기획조정관실 법무과에서 근무한 배상윤(변호사시험 9회) 변호사를 영입했다. 법무법인 광장도 수사권 조정 뒤 출범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안보범죄분석과장(총경)을 맡았던 정채민(사법연수원 34기) 변호사를 영입했다. 청장급 출신들을 고문으로 영입하던 과거와는 다른 모습이다.

중소로펌의 경우 변호사가 아닌 일선 경찰을 ‘전문위원’ 등의 직함을 주고 공격적으로 영입한다. 지난해 로펌 이직이 승인된 48명 중 43명이 변호사 자격이 없는 일반 수사경찰 출신이다. 이들은 당사자 방어권을 위한 현장 증거수집에 나서는 등 초동단계부터 실질적인 현장 업무를 담당한다고 한다. 법무법인 와이케이 누리집을 보면 비변호사 출신 경찰 자문위원 37명이 포진해 있다. 김범한 와이케이 변호사는 “경찰 출신 전문위원들로부터 경찰 단계에서의 변호 활동 및 압수수색 등 증거수집 대응 단계에서 도움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법원의 전관예우 논란이 그렇듯 전관예우 실체를 인정하는 경우는 없지만, 그렇다고 효과가 없다고 말하는 이들도 없다. ‘전경예우’(경찰 출신 전관예우) 가능성에 대해 한 경찰 관계자는 “실제 사건에 영향을 주지는 않겠지만 아무래도 경찰 선배들이 연락오면 그냥 무시할 수는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로펌 이직이 가속화하자 경찰청이 ‘전경예우 방지 매뉴얼’ 제작 등 선제적으로 내부 통제 강화에 나섰다. <한겨레> 취재 결과, 경찰청은 ‘수사상 전관예우’를 통제하기 위해 올해 ‘전관예우 방지를 위한 종합 매뉴얼’을 마련하기로 했다.

주요 내용으로는 △퇴직 경찰관 변호사건 보고의무(신설) △담당수사관이 전관변호사와 이해관계자일 경우 회피의무(신설) △전관변호사·재취업 퇴직 경찰관 접촉시 신고의무(강화) △타부서 사건문의 금지(강화) 등이 있다. 장영철 경찰청 수사인권담당관은 “기존에 시행하던 퇴직 경찰관과의 사적 접촉통제 제도 및 사건문의 금지 제도를 강화하는 동시에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도록 면밀하게 제도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경찰청은 오는 5월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이해충돌방지법) 시행을 앞두고 관련 제도를 정비하는 차원도 있다고 밝혔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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