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이예람 중사 유족, 전익수 공군 법무실장 공수처에 고발

“가해자 구속 수사 방해 정황…직권남용 혐의”
전 실장 “불구속 수사 지시한 적 없어, 기자회견 100% 허위”

고 이예람 중사 아버지인 이주완씨가 15일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교육장에서 공수처에 전익수 공군 법무실장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한다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5월 성추행 피해를 입은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 이예람 공군 중사의 유족이 가해자의 구속 수사를 방해한 정황이 있다며 전익수 공군본부 법무실장(준장)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15일 고발했다.

군인권센터와 천주교인권위원회는 이날 이 중사의 아버지와 함께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중사가 사망한 뒤에 성폭력 사건 가해자인 장아무개 중사를 봐주기 위해 구속 수사를 방해한 정황이 있다. 이와 관련한 추가 제보가 계속되고 있다”며 전 실장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군인권센터는 지난해 11월 군법무관들의 대화가 담긴 녹취록을 공개하며 “전 실장이 성폭력 사건 수사 초기 직접 가해자 불구속 수사를 지휘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가해자인 장 중사는 이 중사 사망 뒤에도 10일가량 불구속 상태로 있다가 언론을 통해 사건이 알려지고 공군에서 국방부 검찰단으로 사건이 이첩된 뒤에 구속됐다. 군인권센터가 녹취록을 공개하자 당시 전 실장은 입장문을 통해 “군인권센터에서 발표한 녹취록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불구속 수사 지휘를 한 사실이 없다”며 군인권센터에 법적 대응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군인권센터 등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국방부 검찰단의 사건 수사가 부실하게 이뤄진다는 제보가 계속되고 있다. 제기된 의혹들을 규명할 증거가 계속 나타나고 있는데, 국방부 검찰단이 대충 수사한 뒤 사건을 덮은 탓에 수사 결과에 반영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부실수사는 진행 중인 사건 재판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했다.

이 중사의 아버지 이주완씨는 “전 법무실장은 여러 혐의에 대해 국방부 검찰단 수사 당시 사건 내용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황당한 변명으로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며 “민간에서 수사해야 진실을 알 수 있다”고 했다. 이들은 “더이상 이 사건 수사와 재판을 국방부에 맡길 수 없다”며 “이 사건은 공수처가 군 장성을 수사하는 사건으로 민간에서 군의 문제를 수사하는 중요한 전례가 되는 만큼 성역 없는 수사로 진실을 규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군인권센터 기자회견 뒤 전 실장은 입장문을 내어 “공군본부 법무실은 이 중사 사건과 관련해 군검사에게 불구속수사 지시를 한 적이 없다”며 “이번 기자회견도 100% 허위다”고 반박했다.

공수처법 제2조는 장성급 장교를 고위공직자로 정하고 있다. 공수처 관계자는 이날 <한겨레>에 “공수처가 현직 장성을 수사한 경우는 없었다. (이번 고발이) 공수처 수사 범위에 포함되는지를 검토한 후 수사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주빈 기자 [e-mail] 전광준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