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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검찰권’ 둘러싼 업무보고 갈등…새 정부-거대 야당 ‘정쟁’ 신호탄?

등록 2022-03-25 16:03수정 2022-03-25 16:19

전날 인수위 ‘공약 반대’ 이유로 법무부 업무보고 전격취소
민주당 박홍근 새 원내대표 “검찰개혁 입법 서둘러야” 대치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지난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앞 천막 기자실을 방문해 기자들의 물음에 답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지난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앞 천막 기자실을 방문해 기자들의 물음에 답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대통령직인수위원회(위원회)가 ‘수사지휘권 폐지’ 등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의 공약에 반대 의견을 낸 박범계 법무부 장관의 발언 등을 문제 삼아 법무부 업무보고를 거부한 것은 새 정부 ‘정쟁의 블랙홀’을 예고한 신호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찰권 강화를 내세운 윤 당선자와 검찰 개혁을 이어가려는 더불어민주당의 강대강 대치로, 검찰 문제는 문재인 정부에 이어 새 정부에서도 또다시 주요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인수위는 지난 24일 예정된 법무부 업무보고를 불과 30여분 앞두고 돌연 취소했다. 박범계 장관이 전날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회의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폐지’ 등 윤 당선자 검찰권 강화 공약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는 이유에서다. 박 장관은 윤 당선자의 △수사지휘권 폐지 △검찰 직접 수사 확대 공약에는 반대했고, △검찰에 독자 예산편성권 부여 공약은 조건부로 찬성한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런 박 장관의 의견이 크게 새롭지 않다는 점이다. 그는 검찰 권력의 민주적 통제를 위해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줄곧 밝혀왔고, 지난해 3월에는 ‘한명숙 전 국무총리 수사팀 모해위증 교사 의혹 사건’ 처리 과정의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당시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을 상대로 직접 수사지휘권을 발동하기도 했다. 박 장관은 검찰 조직개편 등을 통해 검찰의 직접수사 축소도 추진해왔다. 박 장관 입장에서는 문재인 정부에서 해온 검찰 개혁과제와 대척점에 서 있는 윤 당선자의 공약에 적극적으로 찬성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인수위도 당초 법무부와 대검이 윤 당선자 공약에 다른 의견을 내자, 두 기관을 분리해 보고를 받겠다고 했다가, 업무보고 당일 전격적으로 법무부 업무보고를 취소했다.

서울지역 검찰청의 한 검찰 간부는 “박 장관이 윤 당선자 공약에 찬성한다면 그동안 문재인 정부와 본인이 추진해온 정책이 잘못됐다고 자인하는 셈이다. 박 장관이 새 정부 공약에 반대하는 것은 어찌 보면 충분히 예상 가능한 일이었다. 표면적으로 이를 이유로 업무보고를 거부한 이면에는 현 정부에서 검찰개혁 과제를 이행해온 법무부 ‘군기 잡기’ 등 다른 셈법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172석의 거대 야당이 될 민주당은 강경 대응을 예고하고 있다. 윤 당선자의 검찰권 강화 공약 추진에 반대하는 것은 물론, 일각에서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완수하겠다는 뜻도 내비치고 있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25일 오전 <문화방송>(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인수위가 점령군 같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장관이) 의견을 얘기할 수 있는데 그것을 이유로 보고를 거부할 필요나, 권한이 있는지 모르겠다. 법무부 쪽을 길들이려고 하는 것 아닌가 한다. 민주당 대부분 의원 생각은 검찰개혁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박홍근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도 24일 취임 일성으로 강한 야당을 내걸고 “검찰의 과도한 권력 등을 잡기 위한 개혁 입법도 함께 서둘러야 한다”라고 했다.

검찰 안팎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법무부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는 한 검찰 인사는 “새 정부는 검찰권 강화를, 민주당은 검찰개혁 완성을 외치고 있다. 대통령 당선자와 미래 거대 야당이 상반되는 정책을 주장하며 강대강으로 부딪히는 꼴이다. 검찰 공약은 윤 당선자가 가장 잘 아는 분야로, 추진 의지가 상당할 것이어서, 검찰 문제로 인한 정국 경색은 새 정부에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검찰 이슈가 또다시 부각되고 정쟁으로 이어지면 국민 피로감만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손현수 기자 boys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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