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도 헷갈리는 ‘한국식 나이’ 표기가 단체협약 문구에 들어가 생긴 노사 다툼이 4년 만에 일단락 났다. 게티이미지뱅크
한국인도 헷갈리는
‘한국식 나이’ 표기가 단체협약 문구에 들어가 생긴 노사 분쟁이 4년 만에 일단락 났다. ‘56살’로 단체협약에 표기된 임금피크제 적용 시점을 ‘만 55살’로 봐야 한다는 회사 쪽 주장을 대법원이 인정한 것이다. 대법원 이전까지 판단은 모두 3차례 뒤집혔다.
대법원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남양유업이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단체협약 해석 재심 판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7일 밝혔다.
남양유업과 노조는 2014년에 이어 2016년 단체협약을 통해 정년을 만 60살로 연장하고 임금피크제도 연장 적용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조합원 근무정년은 만 60살로 하며 56살부터는 임금피크를 적용하되, 직전 년(55살) 1년 간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피크를 적용한다’고 단체협약을 맺었다. 그러나 ‘56살부터 임금피크 적용’ 문구를 두고 임금피크제 시작이 만 55살부터인지 만 56살부터인지 ‘해석 논란’이 벌어졌다. 결국 2019년 2월 남양유업과 노조는 충남지방노동위원회에 해석을 요청했다. 여기서 ‘만 55살이 타당’이란 견해를 제시하자, 이에 반발한 노조는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 신청을 했다. 중노위가 ‘만 56살이 타당하다’고 판단하자, 이번엔 회사가 단체협약 해석 재심 판정 취소 소송을 냈다.
재판 과정에서 남양유업 쪽은 “만 나이와 구별해 ‘56살’로만 기재한 것은 ‘만 56살’이 아니라 ‘한국나이 56살’을 의미한다. ‘만 55살’을 임금피크 적용시점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반면 노조 쪽은 “단체협약의 경우 명확한 규정을 노동자에게 불리하게 해석할 수 없다. 민법에 따른 나이 계산 방법인 ‘만 56살’이 시작되는 때부터 임금피크제를 적용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1심은 ‘만 55살’이라는 회사 쪽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2010년도 단체협약 체결 당시 노사가 기존 만 55살이던 정년을 만 56살로 연장하는 대신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기로 한 점을 들어 “임금피크제는 연장된 정년 기간에 상응하는 임금 지급 방식으로 도입된 것이다. 조합원들도 만 55살이 되는 연도를 기점으로 1년 간 임금피크제가 적용된다는 전제에서 피크제를 신청했다”고 전제했다. 이어 “2014년 단체협약은 정년을 연장하고 이에 맞춰 임금피크제 적용기간 역시 5년 연장하기 위해 이뤄진 것이다. 종전 임금피크 적용 시작 시점인 만 55살을 변경할 필요성이 있었다는 사정을 찾아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반면 2심은 ‘만 56살’이라는 노조 쪽 손을 들었다. “임금피크표 등을 봤을 때 직전 년 부분(55살)이 ‘만 55살’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되는 점” “단체협약에서 ‘한국식 나이’가 혼재돼 사용되는 것은 이례적인 점” “민법에서 ‘만’을 표시하지 않아도 연령은 ‘만 나이’를 의미하는 점” 등이 근거가 됐다. 재판부는 “만 56살부터 임금피크제가 적용되기 시작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회사 쪽 주장은 단체협약 명문 규정을 노동자들에게 불리하게 변형 해석하는 것으로 허용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노조위원장이 2016년 2월 공고문을 게시해 ‘만 56살’부터 임금피크제가 시작된다고 확인한 점” “2017년 단체협약에서 ‘만 55살’부터 임금피크를 적용한다고 정한 점” 등을 들었다. 이어 “유독 2014년 단체협약 때만 ‘만 56살’ 임금피크제 시행을 합의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없다. 이를 두고 노동자에게 불리하게 변형 해석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도 볼 수 없다”며 원심을 깨고 파기환송했다.
노동 사건을 전문으로 하는 김기덕 법무법인 새날 변호사는 “퇴직 연령과 임금피크제 적용 시점 등 단체협상 문구에 쓰인 연령 해석 등을 놓고 단체협상 뒤에도 노사가 다투는 경우가 많다. 다툼에 대비해 명확한 문구를 써놓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전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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