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숙경 군인권센터 부설 군 성폭력상담소장이 29일 오전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성추행 피해자를 조직적으로 괴롭히다 역고소까지 한 해군 사건 관련 내용을 밝히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성추행 피해자인 여성 해군 군무원이 조직적으로 괴롭힘을 당하다 강제추행으로 고소까지 당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군인권센터는 29일 오전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성추행 피해자인 군무원 ㄱ씨에 대한 무고 사건을 조속히 처리하고 ㄱ씨에게 발생한 2차 가해, 조직적 괴롭힘, 명예훼손을 즉시 조사하고 관련자들을 엄벌할 것”을 요구했다.
군인권센터의 설명을 종합하면, 해군 산하기관에서 양성평등담당관을 겸임하던 군무원 ㄱ씨는 다른 여성 군무원들과 함께 2019년 10월 회식자리에서 기관장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한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해당 기관장은 보직해임 됐으나, ㄱ씨는 조직의 배신자로 낙인찍혀 업무 관련 상황을 공유 받지 못하는 등 따돌림을 당했다고 한다. 센터는 ㄱ씨가 조직 내에서 “사건 신고를 누가 했느냐”, “위계질서를 어지럽힌다”는 이야기를 듣는 등 2차 가해를 당했다고 했다.
군인권센터는 “괴롭힘이 계속돼 결국 ㄱ씨는 성추행 가해자로 몰려 역고소까지 당했다”고 주장했다. 2021년 6월 소령 ㄴ씨가 “ㄱ씨가 자신과 악수를 했고 자신의 팔을 만져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며 ㄱ씨를 강제추행으로 고소했기 때문이다. 이런 ㄴ씨 주장에 단체는 “어불성설”이라고 반박했다. 센터는 “ㄱ씨는 상급자인 ㄴ씨가 어려워 악수를 먼저 청한 적도 없고 교육을 마친 후 상급자의 지시에 따라 서로 돌아가며 악수를 한 것이 전부”라며 “위계질서를 중요시하는 ㄴ씨에게 ㄱ씨가 먼저 팔을 치거나 만졌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ㄱ씨는 ㄴ씨를 무고와 명예훼손으로 고소했으나 ㄴ씨가 1년째 휴직하고 중국으로 출국해 피의자 조사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한다.
군인권센터는 해군의 진실규명과 대책을 촉구했다. 센터는 “성추행 피해자가 보호와 지원을 받기는커녕 부대장을 몰아낸 조직의 배신자로 몰려 고통 받고 있다”며 “사건을 공론화하자 따돌림을 당하고, 계속 버티니 역고소 피해까지 입은 ㄱ씨의 사례를 보고 어떤 성폭력 피해자가 용기 내 신고를 할 수 있겠느냐”고 비판했다. 해군 관계자는 “여성 군무원과 당시 부대원 간 상호 고소 건은 군 사법기관에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주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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