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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애경·SK케미칼 가습기살균제 ‘과징금 위법’…대법 “다시 심리”

등록 2022-04-10 08:59수정 2022-04-11 02:17

‘공정위 처분 부당하다’ 본 원심 깨
최예용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부위원장(오른쪽 둘째)이 2020년 11월18일 오전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열린 ''1990년대 국내 가습기 살균제 개발 및 출시 상황과 시장형성 과정''에 대한 조사결과 발표 및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는 국내 생활용품기업들이 안전성 검증 없이 가습기살균제를 내놓아 제품 공급이 무분별하게 확대된 과정을 발표하였다. 이종근 선임기자 root2@hani.co.kr
최예용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부위원장(오른쪽 둘째)이 2020년 11월18일 오전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열린 ''1990년대 국내 가습기 살균제 개발 및 출시 상황과 시장형성 과정''에 대한 조사결과 발표 및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는 국내 생활용품기업들이 안전성 검증 없이 가습기살균제를 내놓아 제품 공급이 무분별하게 확대된 과정을 발표하였다. 이종근 선임기자 root2@hani.co.kr
가습기 살균제 유해성 정보를 생략한 채 ‘상쾌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등의 광고를 한 애경 등 기업들에 과징금을 부과한 공정거래위원회 처분이 적법한 시효 안에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시효 만료를 전제로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단한 원심은 잘못됐다는 것이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애경산업(애경)이 공정위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 및 과징금 납부 명령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0일 밝혔다.

애경은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 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을 원료로 2002년 10월 가습기 살균제를 출시했다. 애경은 이 제품을 두고 “피톤치드 성분에 의한 상쾌한 기분과 산림욕 효과를 느낄 수 있다”, “정신적 피로회복 효과를 느낄 수 있다”고 광고했다. 급성 폐질환 문제가 불거진 뒤 환경부는 2012년 이들 원료 성분을 유독물로 지정했다. 공정위는 2018년 3월19일 애경의 가습기 살균제 표지의 표시 및 광고에 대해 “주요성분이 독성물질이라는 사실 등 인체 안전과 관련된 정보를 은폐했다”며 “‘거짓·과장의 표시·광고’에 해당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공정위는 애경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8300만원을 부과했다.

그러나 애경은 개정 전 공정거래법을 들어 공정위의 처분이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2011년 8월31일 해당 제품은 판매가 종료됐는데, 2018년 3월19일 이뤄진 공정위 처분은 5년이 지났기 때문에 과징금 처분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옛 공정거래법에는 위반 행위가 끝난 날로부터 5년이 지나면 시정조치나 과징금 처분 등 행정처분을 할 수 없게 돼 있었다. 애경은 공정위를 상대로 시정명령 및 과징금 납부 명령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공정거래법에 따라 공정위 처분은 사실상 1심 법원 판결과 같은 효력을 내고 있어 소송은 2심부터 시작된다.

2심은 애경의 청구를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공정위가 2011년 애경을 조사하고 ‘거짓·과장의 표시·광고 행위’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해 무혐의 결정을 했고, 애경은 2011년 8월31일 이후 제품을 생산하지 않아 2016년 조사 대상이 된 제품 표지 등도 이전 조사 대상과 동일하다”며 “2016년 조사와 2011년 조사가 다른 새로운 조사라고 보기 어려워 개정 전 공정거래법이 적용된다”고 판단했다. 이어 “이 사건 표시행위는 2011년 8월31일 종료됐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공정위 처분은 이 사건 표시 광고행위가 종료한 날부터 개정 전 공정거래법에 정해진 5년 처분시한이 지난 뒤 이뤄져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2013년 3월 무렵에도 제품이 판매대에 진열된 자료가 존재한다”며 “2011년 12월 이 사건 제품 판매가 법적으로 금지됐더라도 광고문구를 고치기 위해 필요한 조처가 끝났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그런 시정 조처가 (제품이 실제로 진열돼 판매된) 2013년 3월 이후 완료됐다면, 5년이 지나기 전인 2018년 3월19일 공정위 처분은 시한이 지나지 않은 것이 된다”며 “원심은 2011년 8월31일 이 사건 각 표시행위가 종료됐다고 단정해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고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2021년 8월31일 낮 가습기살균제 참사 공론화 10주년을 맞아 피해자와 유가족이 서울 세종로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사망자 유품 200여점을 공개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2021년 8월31일 낮 가습기살균제 참사 공론화 10주년을 맞아 피해자와 유가족이 서울 세종로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사망자 유품 200여점을 공개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도 같은 취지로 에스케이(SK)케미칼 등이 공정위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 및 과징금 납부 명령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이날 밝혔다.

시엠아이티, 엠아이티 성분을 토대로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한 에스케이케미칼도 “피톤치드 성분에 의한 상쾌한 기분과 산림욕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는 등의 내용을 제품 표지에 기재했다. 공정위는 애경과 마찬가지로 2018년 3월19일 과징금 납부를 명령했으나, 에스케이케미칼 역시 “5년을 경과해 위법한 처분”이라며 소송을 냈다. 원심은 애경 소송 원심과 같은 논리로 에스케이케미칼 쪽 청구를 받아들였으나, 대법원은 “원심은 ‘부당한 표시행위의 종료일’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제품 수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부당한 표시행위’를 시정하기 위한 조처가 언제 완료됐는지 판단해야 한다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 및 소비자 보호를 강조한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가습기 살균제 피해 구제를 위한 분담금 비중이 가장 높은 옥시레킷벤키저와 애경이 지난 4일 기업과 피해자 사이 조정안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가습기 살균제 참사가 공론화된 지 11년 만에 이뤄지는 조정 작업이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에스케이케미칼과 지에스(GS)리테일 등 7개 기업은 조정안을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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