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이전에 따른 국방부 부서의 단계별 이사가 본격 시작된 8일 오후 서울 용산 국방부에서 관계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 집무실이 들어설 용산 국방부 청사 반경 100m 이내 집회·시위가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현행법은 대통령 ‘관저’에 대해서만 100m 이내 집회·시위를 금지하고 있는데, 경찰이 별도로 법제처 유권해석도 구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폭넓게 해석해 내린 결정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10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대통령 집무실도 관저와 마찬가지로 100m 이내 집회·시위를 금지하는 방안을 사실상 확정하고 최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에도 보고했다. 현행 집시법은 대통령 관저와 국회의장 공관, 대법원장 공관, 헌법재판소장 공관 등의 경계지점으로부터 100m 이내 장소에서 집회와 시위를 금지하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집시법 제정 당시 청와대 집무실과 관저가 같은 건물이었다는 취지를 고려해 대통령 관저에 집무실이 포함되는 것으로 유권해석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윤석열 당선자 취임일인 다음달 10일 용산 국방부 청사 100m 내에 신고된 ‘1호 집회’에도 금지통고를 할 방침이다. 이날 오전 한 보수단체는 용산경찰서에 삼각지역·녹사평역·국방컨벤션 등 인근 지역에 문재인 정부 규탄 집회·시위를 신고했다.
이런 경찰 해석은 현행 집시법에 반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참여연대는 논평을 통해 “집시법에 따르면 대통령 관저는 대통령과 그 가족들이 생활하는 저택을 의미하고 대통령 집무실은 대통령 관저에 포함되지 않음은 법문상으로도 분명하다”고 했다. 2017년 서울행정법원은 대통령 관저 100m 이내라는 이유로 청와대 연풍문 앞 집회를 금지한 사건에서 ‘대통령 관저는 국가가 마련한 대통령의 저택’으로 규정하는 등 관저와 집무실을 명확히 분리했다. 당시 참여연대는 대통령 관저의 경계지점은 ‘청와대 외곽담장’이 아닌 경내 ‘대통령 관저’ 담장이 돼야 하고, 해당 집시법 조항(11조의2)이 집회장소 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법원에 신청했었다. 참여연대는 경찰이 집무실 근처 집회를 허용하지 않으면 행정소송 등을 내고 법원 판단을 받겠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논란이 큰 사안에 대해 정부부처는 통상 법제처 유권해석을 구하는데, 이번에 경찰은 자체적으로 해석해 결론을 내렸다. 경찰청 관계자는 “집시법 소관기관이 경찰청이므로 별도로 유권해석을 받지 않았다. 시민단체 등이 가처분·행정소송을 내면 법원 판결로 (집무실 앞 집회 금지 여부가) 최종 결정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1962년 집시법이 제정될 당시에는 대통령 집무실과 숙소가 같은 건물에 있었던 점을 들어 ‘관저=숙소’로만 해석하기 어렵다는 유권해석도 붙이고 있다.
양홍석 변호사(법무법인 이공)는 “대통령 집무실 100m 이내 집회·시위를 금지할 필요성이 있다면 별도 입법을 거쳐야 한다. 입법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를 경찰의 자체적인 해석을 통해 선제적으로 기본권을 제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집회·시위의 자유 등 기본권을 제한하는 법률은 최대한 좁게 해석해야 한다. 집시법 11조에 대통령 관저는 국회의장 공관 등과 병렬적으로 적혀 있고, 국회의사당 등 업무가 이뤄지는 공간은 따로 적혀 있으므로 대통령 집무실에 대한 규정은 없다고 봐야 한다. 대통령 집무실이 관저에 포함된다는 것은 경찰이 자의적으로 해석한 것”이라 고 말했다.
김윤주 기자
kyj@hani.co.kr 박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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