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아침 6시33분 화재가 발생한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 고시원 건물을 한 주민이 바라보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서울 영등포에 있는 한 고시원에서 불이 나 2명이 숨졌다. 소방당국과 경찰은 방화와 실화 등 모든 가능성을 열고 화재 원인을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영등포소방서는 11일 아침 6시33분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에 위치한 지상 3층, 지하 1층 건물 2층에 위치한 고시원에서 일어난 불이 3시간 만인 오전 9시37분 완전히 꺼졌다고 밝혔다. 33개 방이 있는 고시원에는 화재 당시 거주자 19명 중 18명이 머무르고 있었으며 이 중 70대 남성 이아무개씨와 60대 남성 김아무개씨가 화재로 숨졌다. 최초로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방에서 거주하던 이씨와 다른 호실에 거주하던 김씨는 미처 대피하지 못하고 각각 거주하던 옆 호실과 휴게실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다. 이들은 연기를 흡입해 쓰러져 화상을 입었고,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숨졌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원에 이들의 부검을 의뢰할 예정이다.
11일 오전 화재가 발생한 서울 영등포구 한 고시원의 창문이 깨져 있다. 신소영 기자
고시원에 있던 나머지 16명은 자력으로 대피했고 다친 사람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옆 건물 2층에 살던 70대 여성도 연기를 마셔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피한 거주자들은 인근 임시숙소 두 곳에서 머무르고 있다. 해당 고시원 거주자는 모두 남성으로 주로 고령층이거나 일용직 노동자인 것으로 파악됐다.
소방당국은 아침 6시42분 관할 소방서 역량을 총 투입하는 대응 1단계를 발령하고 소방관 145명과 장비 42대를 투입했다. 큰불은 아침 7시15분께 꺼졌고, 오전 9시37분에는 완전히 진압됐다. 윤영재 영등포소방서 소방행정과장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스프링클러 등) 소방시설이 정상적으로 작동된 것으로 기록돼있다”며 “스프링클러는 (고시원 내) 호실에 하나씩 설치돼있다”고 말했다. 또한 “(화재가 발생한) 호실에는 창문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며 “전체 실에 창문이 다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소방당국과 경찰은 1차 합동 감식을 진행했으며 정확한 화재 원인 규명을 위해 오는 12일 관계기관 합동으로 2차 감식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까지 건물 밖 폐회로텔레비전(CCTV)을 확인한 결과 외부에서 침입한 흔적은 없고 고시원 내부에서 인화물질을 찾지 못했다”며 “고시원 내부 폐회로텔레비전 영상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전 9시14분 현장을 찾은 오세훈 서울시장은 “2018년 종로 국일고시원 사건 이후 스프링클러 설치 등 여러 조치를 시행했다. 서울시 내 전체 고시원 중 신축건물은 의무화됐고 오래된 건물도 간이 스프링클러를 설치하고 있다”며 “이번 기회에 전 고시원에 설치된 스프링클러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일제히 점검해 화재에 대비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11일 아침 6시33분 화재가 발생한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 고시원 건물. 화재 당시 상황. 소방청 제공
이우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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