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청소년 절반 가량은 부모 등으로부터 신체·언어적 폭력을 겪은 것으로 조사됐다. 게티이미지뱅크
위기청소년 절반가량은 부모나 보호자로부터 신체적·언어적 폭력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10명 중 1명은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것으로 조사됐다.
28일 여성가족부는 지난해 8월부터 11월까지 위기청소년 지원기관 이용·입소 경험이 있는 9∼18살 청소년 4399명을 대상으로 벌인 ‘2021년 위기청소년 지원기관 이용자 생활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를 보면 위기청소년 44.4%가 부모 등으로부터 신체폭력을, 46.0%가 언어폭력을 겪은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가출청소년 보호·생활시설인 청소년쉼터 및 청소년자립지원관을 이용한 청소년은 신체폭력(72.1%)과 언어폭력(72.9%)을 경험한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이번 조사는 위기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첫 실태조사다. 청소년복지 지원법은 “가정 문제가 있거나 학업 수행 또는 사회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등 조화롭고 건강한 성장과 생활에 필요한 여건을 갖추지 못한 청소년”을 위기청소년으로 정의하고 있다.
가출을 경험한 위기청소년은 32.6%였다. 가출 원인으로는 가족과의 갈등(69.5%) 때문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 자유로운 생활(44.3%)과 가정폭력(28.0%) 등도 주된 이유로 꼽혔다. 이들은 ‘생활비 부족’(54.0%)과 ‘갈 곳 없음’(42.4%)을 가출 생활 중 가장 힘들었던 점으로 꼽았다.
집 바깥에서 폭력 피해를 겪은 위기청소년도 많았다. 응답자의 15.9%는 최근 1년 동안 친구 또는 선후배 등으로부터 폭력을 당한 적 있다고 답했다. 여성청소년은 6.9%가 최근 1년간 성폭력 피해를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디지털 성범죄, 개인정보유출 등 온라인 인권침해에도 여성청소년(26.6%)이 남성청소년(13.5%)보다 더 취약했다.
위기청소년의 극단적 선택 관련 실태는 심각한 수준이었다. 최근 1년간 자해 시도를 한 위기청소년은 18.7%, 자살 시도를 한 이들은 9.9%였다. 위기청소년의 자살시도율은 전체 청소년의 자살시도율 3.0%(2019년 기준, 보건복지부 ‘2021 자살예방백서’)보다 3배 이상 높았다. 특히 여성청소년은 자해 시도 경험(29.8%)과 자살 시도 경험(13.9%) 비율이 남성청소년(각각 8.2%, 6.1%)보다 높았다. 김권영 여가부 청소년정책관은 “여성청소년이 폭력에 대한 노출 등 부정적인 경험을 더 많이 겪기 때문에 자해나 자살 시도 경험도 더 많은 것으로 파악된다”고 했다.
위기청소년들이 어려움을 겪을 때 찾는 곳은 사회적 안전망이나 어른이 아니었다. 가정 밖 생활을 하는 동안 이들에게 도움을 준 대상은 ‘친구 또는 선후배’(67.4%)가 가장 많았다. 폭력·성폭력 피해를 입고 청소년기관·학교·의료기관 등 기관의 도움을 받은 경험이 있는 위기청소년은 각각 37.8%(폭력), 31.9%(성폭력)에 그쳤다.
여가부는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청소년 복지·보호 정책을 강화해나갈 계획이다. 구체적으로는 △청소년 자해·자살 예방을 위한 시·도 청소년상담복지센터 임상심리사 배치 및 청소년치료재활센터 추가 건립 △가정 밖 청소년 자립지원에 대한 법적 근거 마련 등을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이정심 여가부 청소년가족정책실장은 “모든 청소년이 조화롭고, 건강한 성장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위기청소년에 대한 정서적 지지와 함께 주거·취업 지원 등 맞춤형 지원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박고은 기자
eun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