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로 출근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국민힘의과 합당 절차를 밟고 있는 국민의당이 지난 대선 당시 안철수 후보(현 대통령직인수위원장)가 한 국가 재정정책 관련 발언을 비판한 재정전문연구소 연구위원을 형사고발했다.
지난달 4일 국민의당은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정보통신망법상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을 서울서부지검에 고발했다. 사건을 넘겨 받은 서울 마포경찰서는 이달 초 고발인 조사를 마쳤다.
지난 1월2일 안 위원장은 국민의당 대선 후보로 유튜브 채널 <삼프로TV>에 출연해 국가부채 유형을 D1(국가채무)과 D2(D1+비영리 공공기관부채), D3(D2+비금융공기업 부채), D4(D3+연금충당부채)로 구분한 뒤 정부가 D4의 규모를 공개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 자리에서 안 위원장은 “다른 나라들은 D2부터 D4까지 차이가 별로 없다. 그러니까 D2로 그냥 하는 것”이라며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보다 공기업이 엄청나게 많고 문재인 정부 들어와서 공기업 부채가 엄청나게 많이 쌓여서 D3로 구별하면 부채 비율이 확 늘어난다. 그 다음에 D4가 가면 거의 감당할 수 없을 정도”라고 주장했다. 이어 “2088년이 되면 혹시 국민연금 누적 적자가 어느 정도 되는지 아세요?”라고 물은 뒤 “1경7000조원이다. 저는 경이라는 숫자를 처음 봤다. 이걸 정치인들이 그대로 놔두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이후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연구위원은 한 유튜브 채널에서 안 후보가 주장한 D4 개념을 두고 “제가 재정으로 밥 먹고 사는 사람인데 처음 들어보는 말이다. 기획재정부에 전화도 했다. ‘나는 처음 들어보는 말인데, 사무관님은 알고 있나’라고 (했더니) 당신도 처음 들어본대요”라고 말했다. 해당 유튜브 채널의 진행자가 이 연구위원에게 ‘안 후보가 직접 만든 개념인가’라고 묻자 “그런 것 같다. 모두가 처음 들어보는 D4라는 개념은 존재하지 않는 개념”이라며 “D1·D2·D3는 국가부채의 단위인데, 그것과 별개로 연금충당부채 또는 재무제표상 부채를 D4라고 안철수 후보가 직접 네이밍을 한 거다. 이건 D4라고 말하면 말이 안 된다. 잘못된 개념인 거다”라고 답했다. 또한 이 연구위원은 이 자리에서 “2088년 국민연금 적자가 1경7000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안 위원장의 발언 또한 “틀린 개념”이라며 반박했다. 그는 “먼 미래의 금액을 다 합치려면 현재 가치로 환산해야 한다”면서 “그런데 현재 가치로 환산하지 않고 계속 누적 적자를 다 합산해서 1경으로 계산된다는 말은 회계학적으로 말이 안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안철수 위원장 쪽은 해당 유튜브 채널 관계자에게 영상 삭제를 요구했으나, 해당 유튜브 채널은 영상 댓글을 통해 토론을 제안했다고 한다. 이 연구위원은 <한겨레>에 “(해당 유튜브 채널이)댓글로 (재정 정책 관련해) 토론을 제안했더니 재정 관련 발언을 한 내게 고발장이 날아왔다”고 말했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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