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장과 1년 단위 계약을 맺고 일하는 기간제 교사는 재직 1년마다 호봉이 정기승급되는 정규 교사와 달리, 공무원보수규정에 따라 고정급만을 받았다. 게티이미지뱅크.
임용고시에 합격하지 않은 기간제 교사에 대해서도 정규 교사와 같은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기간제 교사도 학교에서 정규 교사와 같은 업무를 하고 있고, 임용고시 합격 여부만을 이유로 임금에 차이를 두는 것은 헌법이 금지하고 있는 불합리한 차별에 해당한다는 취지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8부(재판장 이기선)는 지난 12일 서울시·경기도 기간제 교사 25명이 정부와 각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임금 차별로 받지 못한 임금을 돌려달라’는 취지로 낸 소송에서 “기간제 교사도 교육공무원법상의 ‘교육공무원’에 해당한다”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이에 따라 서울시·경기도는 교사 23명에게 미지급 임금 일부를 지급하고, 정부는 호봉 정기승급 차별로 피해를 본 교사 6명에게 정신적 고통에 대한 보상으로 각 10만원씩을 배상하라고 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소속 기간제 교사 25명은 “정규 교사와 똑같은 일을 함에도 기본급 및 정근수당, 성과급과 복지 포인트 등에서 차별을 받고 있다”며 2019년 11월 소송을 냈다. 학교장과 1년 단위 계약을 맺고 일하는 기간제 교사는 재직 1년마다 호봉이 정기승급되는 정규 교사와 달리, 공무원보수규정에 따라 고정급만을 받았다.
정규 교사가 매년 7월 받는 정근수당에 대해서도 기간제 교사는 차별을 받아왔다. 서울시·경기도의 계약제 교원 운영지침이 ‘현재 임용학교의 계약 기간만 정근수당 지급대상’이라고 규정하고 있어, 2월 말까지 근무하던 학교를 떠나 3월 초에 다른 학교에서 근무를 시작하면 이전 학교 근무 기간에 대해서는 정근수당을 받지 못한 것이다. 반면 부산·대구·울산·제주의 운영지침은 기간제 교사의 소속 학교가 달라져도 모두 정근수당 지급대상이 된다고 정하고 있다. 소송을 낸 교사들은 “서울시·경기도가 합리적 이유 없이 기간제 교사를 차별했다”고 주장했다.
정부와 지자체는 “기간제 교사는 정규 교사와 임용 형식에 차이가 있고, 업무 범위나 권한·책임에도 차이가 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기간제 교사는 수업 시수·책임·근무시간 등에 관해 정규 교사와 본질적인 차이가 없다. 기타 행정업무에 관해서도 정규 교사와 동일하거나 오히려 무거운 업무를 지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기간제 교사 선발도 정규 교사 선발과 마찬가지로 엄격한 절차를 거친다. (임용고시) 합격 여부만을 들어 기간제 교사와 정규 교사 사이에 능력 및 자질에 관한 본질적 차이가 있다고 단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기간제 교사든 정규 교사든 학교에서 동일한 업무와 책임을 지고 있다는 취지다.
2017년 8월9일 오후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전국기간제교사연합회 정규직화 요구 집회에서 참석자들이 관련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따라 재판부는 공무원보수규정의 ‘고정급’ 부분이 “(평등권을 보장한) 헌법 등을 위반해 무효”라면서 호봉 승급 없이 고정급만을 받은 교사 6명에 대해 국가가 10만원씩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정근수당 관련 서울시·경기도의 운영지침에 대해서도 “정당한 이유 없는 차별에 해당한다”며 정근수당 차액을 지급하라고 했다. 다만 임금 성격이 약한 성과급이나 복지 포인트에 차등을 두는 것은 지자체의 재량권 범위 안에 있다고 봤다.
사건을 담당한 하태승 민주노총 법률원 변호사는 “그간의 기간제 교원 임금 차별 판례는 주로 근로기준법 등에 근거해 판단했으나, 이번 사건은 헌법 11조에 근거해 대통령령을 불합리한 차별을 규정한 위헌 입법으로 판단했다”고 의미를 두었다. 소송을 진행한 박영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기간제특별위원회 조합원(기간제 교사)도 “성과급과 복지 포인트를 차별로 보지 않은 건 아쉽지만 기간제 교사도 교육공무원이라고 명시한 것과 기간제 교사만 호봉 차별을 둔 공무원 보수규정을 위헌으로 본 것은 기존 판결보다 한 발짝 나아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학교 쪽이 경력증명서 등 자료를 주지 않아 소송을 더 못하게 된 기간제 교사들이 많은데, 이런 차별적인 관행 역시 시정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교육당국은 이번 판결의 취지를 검토한 뒤 항소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현재 판결문을 검토하는 중이라 입장을 내놓기 어렵다”며 “이번 판결이 가진 취지를 살펴본 뒤 항소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도 “재판부의 판결은 존중돼야 하지만 항소 여부는 별개의 문제”라며 “이 사안 대응을 주도하고 있는 교육부의 결정을 보고 그에 맞춰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 신다은 기자
downy@hani.co.kr 김민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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