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고용평등법 일부 개정안 시행을 맞이해 ‘성희롱 방치, 성차별 신고하세요’ 캠페인이 19일 낮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들머리에서 열려, 참가자들이 직장내 성희롱과 성차별 사례를 쓴 풍선을 터뜨리는 행위극을 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성희롱 피해자의 약 80%는 직장 내 괴롭힘을 동시에 당하고, 신고를 하더라도 신고자의 90%는 보호를 받지 못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19일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직장 내 성희롱 피해와 차별 사례 분석 결과를 공개했다. 이들은 지난 2021년 1월부터 지난 3월까지 신원이 확인된 제보 가운데 자세한 피해 내용까지 확인할 수 있는 성희롱 제보 205건을 분석했다. 유형(중복응답)별로 보면 언어적 성희롱이 156건으로 가장 많았고, 신체적 성희롱이 89건, 시각적 성희롱은 13건이었다.
어렵게 용기를 내서 피해를 신고 해도 성희롱 피해자들은 보호받지 못한다. 직장 내 성희롱을 당한 피해자가 직장에서 괴롭힘을 당하는 경우는 79%(162건)에 달했다. 성희롱을 회사나 외부기관 등에 신고한 노동자는 100명(48.8%)인데, 90명은 피해자 보호 등 사업주의 조처 의무 위반을 경험했다.
신고를 이유로 불리한 처우를 경험했다는 응답도 83명에 달했다. 직장갑질119에 지난해 9월 접수된 제보 내용을 보면, 용역회사 직원인 ㄱ씨는 “유부남 직원이 개인적인 만남을 요구하거나 추행을 해서 관리자와 회사에 신고를 했다. 그런데 저를 두고 ‘쓸데없이 성희롱 신고를 하는 여자니까 피해 다니자’라는 소문이 나서 신고 후 왕따를 당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직장 내 성희롱 가해자는 90.2%(185건)가 상급자(사용자 53건·상급자 132건)였다. 직장갑질119에 제보한 ㄴ씨는 회사의 이사장이 “여직원들은 치마를 입어야 예쁘게 보인다”, “여자는 가슴이 커야 한다” 등 음담패설을 수시로 하지만 불이익을 당할까 봐 신고가 두렵다고 토로했다.
남녀고용평등법 일부 개정안 시행을 맞이해 ‘성희롱 방치, 성차별 신고하세요’ 캠페인이 19일 낮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들머리에서 열리고 있다. 이날부터 직장 내 성희롱을 방치하거나 고용상 성차별을 하면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할 수 있다. 김혜윤 기자
한편, 이날부터
남녀고용평등법과 노동위원회법 개정으로 △고용상 성차별 발생 △직장 내 성희롱, 고객 등 제3자에 의한 성희롱 신고에 대한 조처 미이행 △성희롱 신고 후 불리한 처우 등에 대해 노동위원회에 시정신청이 가능해진다. 노동위원회에서 차별이 인정되면 위원회는 차별 중지·피해자 보호·노동조건 개선 또는 손해배상을 명령할 수 있다. 차별의 고의가 명백하거나 법 위반을 반복하는 사업주에게는 손해배상액을 3배까지 늘릴 수 있게 된다.
직장갑질119는 “직장 내 성희롱을 신고했는데 방치되거나, 고용상 성차별을 당해도 말 못하고 참고 있던 피해자들에게 구제신청 절차가 생겼다”며 “성희롱, 성차별은 참지 말고 신고해야 한다”고 밝혔다.
서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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