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 성폭력 피해자 고 이예람 중사 1주기를 하루 앞둔 20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에서 열린 추모의 날에서 신옥철 공군참모차장이 고인의 영정을 향해 경례하고 있다. 연합뉴스
“너무 분하고 억울하다. 사랑하는 내 딸, 예람아 네가 너무 그립다.”
20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 101호에서 공군 성폭력 피해자 고 이예람 중사의 1주기를 하루 앞두고 ‘추모의 날’이 열렸다. 아침 10시께 시작된 추모식에서 이 중사 아버지는 고인을 위해 미리 적어온 편지를 읽으며 흐느꼈다. 이 중사 아버지는 “엄마와 아빠, 오빠는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는 슬픔을 느낀다. 그래도 예람이의 정의로운 행동과 신념을 익히 알고 있기에 슬픔보다는 우리 딸의 명예회복을 위해 헌신하는 것이 최고의 가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중사는 지난해 3월 선임 부사관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뒤 신고했지만, 오히려 2차 피해를 받으며 두 달 뒤 극단적 선택을 했다. 국방부 검찰단은 이 중사 사망 사건으로 지난해 10월 총 25명을 형사입건해 15명을 기소했으나, 초동수사 담당자들은 증거 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리돼 논란이 있었다. 유족은 이 중사의 명예를 회복하겠다며 고인이 사망하고 1년이 지난 지금까지 장례를 치르지 않았다. 최근 국회에서 특검법이 통과되면서 이 중사 사망 사건은 이제 안미영 특별검사에게로 공이 넘어갔다.
빈소에는 고인이 생전에 밝게 웃으며 친구, 가족 동료들과 함께 찍었던 사진들과 이 중사를 추모하는 주변 동료들의 편지도 한 아름 놓여 있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여야 간사들을 비롯해 신옥철 공군참모차장 등이 추모식을 찾아와 고인을 기렸다. 이 중사의 아버지는 관계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딸의 억울함을 풀고 명예회복을 위해 모두가 힘써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중사 어머니도 “(특검 조사는) 이제 마지막 기회”라며 “진실이 밝혀지기를 원한다”라고 했다. 이날 오전엔 그간 군대에서 억울한 죽임을 당한 피해자들의 가족도 빈소를 찾아 유가족을 위로했다. 지난 2014년 군대 내에서 선임들로부터 지속적인 폭행을 당하다 숨진 윤승주 일병의 어머니는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왔다. 군에서 자식을 잃은 마음은 겪어본 사람들만 알지 않겠나. 위로하는 마음으로 왔다”고 말했다.
법사위 야당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이 중사 유족에게 “특검은 마지막 기회다”라며 “수사가 잘 진행될 수 있도록 저희한테도 편하게 말씀해달라.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바꿔나가겠다”고 말했다. 육군 출신인 국민의힘 신원식 의원도 “(특검 조사가) 빨리 진행되고 보완되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덧붙였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도 “정치적이지 않은 개인 당사자에 대한 특검은 이번이 처음이다. 수사 잘하는지 지켜봐 주고 격려해달라”며 “앞으로 제2, 3의 이 중사를 막기 위해선 초당적으로 노력이 필요하고, 그래야 이런 비극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곽진산 기자
kj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