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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억울한 죽음 뒤 1년, 달라진 건 없다

등록 2022-05-21 08:59수정 2022-05-21 11:30

[한겨레S] 이슈
고 이예람 중사 1주기

부실 수사로 억울함 못 풀어
1년째 장례 치르지 못한 채
20일 1주기 추모행사 열어
이씨 부친 “철저한 진상규명”
고 이예람 중사의 1주기를 하루 앞둔 20일 경기도 성남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빈소에서 추모객들이 고인의 명복을 빌고 있다. 성남/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고 이예람 중사의 1주기를 하루 앞둔 20일 경기도 성남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빈소에서 추모객들이 고인의 명복을 빌고 있다. 성남/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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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예람이나 오빠가 학교 갈 때나 올 때나 아빠가 ‘뽀’라고 하면 둘이 달려와서 아빠를 안고 뽀뽀를 해줄 때가 제일 행복했단다.”

어린이날이었던 지난 5일. 고 이예람 중사(사망 당시 23살)의 아버지 이주완씨는 일상처럼 딸의 휴대전화에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며칠 전엔 봄날 산책길 예쁜 꽃도 사진으로 찍어 딸에게 봄소식을 알렸다. “아빠 산책 나왔다. 꽃이 아주 예쁘구나.”

살아남지 못한 피해자

20일 성남 국군수도병원. 이 중사는 1년 가까이 장례조차 치르지 못한 채 차갑게 식은 몸으로 이곳 영안실에 안치돼 있다. 19일 전화 인터뷰와 20일 ‘이예람 중사 1주기 추모의 날’이 열린 병원 장례식장에서 만난 아버지 이씨는 “예람이 영혼은 이미 천국에 갔다고 믿는다”면서도 “예람이가 죽어가는 과정에서 느꼈을 분노와 피눈물 났을 상황을 생각하면 이대로 장례를 치를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중사는 공군 제20전투비행단 소속으로 근무하던 지난해 5월21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선임 부사관에게 성추행을 당한 뒤, 군내 공식 계통을 밟아 여러 차례 신고했지만 이 중사가 그렇게 사랑했던 군은 그를 보호해주지 않았다. 오히려 이 중사에게 돌아온 건 “조직 보호”라는 명분으로 끊임없는 회유와 협박, 피해 사실 유포, 따돌림 같은 2차 피해였다. 아버지 이씨는 “지금의 군대는 예람이 같은 피해자들이 오히려 살아남을 수 없는 폐쇄적인 곳”이라고 말했다.

실제 처음 사건을 수사했던 군사경찰과 군검찰은 ‘스트레스와 우울감 등에 따른 자살’로 사건을 덮으려 했다. 그대로 묻힐 뻔한 사건은 언론 보도와 유가족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남긴 글이 확산되면서 전말이 드러났다. 사건이 여론화한 직후, 문재인 대통령과 서욱 국방부 장관이 빈소를 찾아 “철저한 조사”와 “병영문화 개선”을 약속했지만, 군 통수권자의 다짐도 군내 폐습을 바꾸지 못했다.

군을 잘 아는 이들은 “군의 은폐 메커니즘이 작동할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을 내놨고,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국방부는 여느 때처럼 요란스러운 대책을 내놨다. 국방부는 1차 가해자들을 구속하고, “민간전문가가 참여한 군검찰 수사심의위원회 창설”, “공군 창설 이래 단일 사건 최대 규모 인사조처 단행”이라고 홍보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최종 수사 결과 발표에서 추가 관련자 17명 가운데 불구속 기소 9명, 불기소 8명으로 허망하게 결론났다. 2차 가해자와 부실수사 책임자는 처벌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군 사법 문화 개혁하는 특검이길”

유가족들이 요구했던 특별검사는 험난한 과정 끝에 사망 1주기를 눈앞에 둔 지난 16일에야 임명됐다. 이씨는 “특검이 공군과 국방부가 해왔던 것과 정반대로만 하면 될 것”이라며 “대통령, 국방부 장관이 다녀가도 해결되지 않았던 걸 보면, 특검도 신뢰한다고 말할 수 없다. 일단 지켜보겠다”고도 했다. 아울러 이씨는 특검을 통해 철저한 진상규명뿐 아니라 ‘제2, 제3의 또 다른 피해자’를 막을 대책이 나오기를 바랐다.

“다시는 예람이 같은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군의 폐쇄적 구조와 ‘조직과 상관 보호’가 최우선인 군 사법 문화를 근본적으로 개혁해야 합니다. 나라 지키라고 보낸 우리 귀한 아이들이 군에서 이렇게 죽으면 어떡합니까.”

성남/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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