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이 전격적으로 ‘청장 후보군’인 치안정감 5명을 바꾸는 물갈이성 인사를 발표하며 경찰 조직 내부가 술렁이고 있다. 신임 청장 내정 전에 이뤄진 이례적인 인사이기 때문이다. 수사-기소 분리 법안 통과로 경찰 수사역량 강화가 중요한 시기에 ‘수사통’을 배치하지 않았다는 점도 윤석열 정부의 ‘인사 메시지’라는 뒷말도 나온다.
지난 24일 경찰청은 김광호 울산광역시경찰청장(행시 35회·울산), 박지영 전라남도경찰청장(간부후보 41기·해남) 윤희근 경찰청 경비국장(경찰대 7기·청주), 우철문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수사기획조정관(경찰대 7기·김천), 송정애 경찰청 경무인사기획관(순경 공채·대전) 5명을 치안정감으로 승진 내정하는 인사를 발표했다. 경찰청장(치안총감) 바로 아래인 치안정감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 경찰청 차장, 서울·경기남부·부산·인천경찰청장, 경찰대학장 등 총 7명이다. 이날 발표된 인사는 내년 2월까지 임기가 남은 남구준 국가수사본부장 외에 치안정감 6명 중 5명을 교체한 인사다. 치안정감 중 한 명이 오는 7월 경찰청장으로 임명되기 때문에 이번 인사는 후보군을 추리기 위한 사전 작업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통상적으로 신임 경찰청장 취임 뒤 고위직 인사를 단행하는데 이번에는 이런 전례를 깼다.
발표 전날(23일)까지 퇴직 대상에 오를 현직 치안정감들을 포함해 경찰 대부분이 인사소식을 알지 못한 전격인사라 인사 발표 다음날인 25일에도 경찰 내부는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분위기다. 지역에서 근무하는 한 경찰관은 “인사 발표 뒤 그야말로 내부에서 난리가 났다. 이번 인사 메시지가 뭐냐, 차기청장은 누구냐에 대한 전망이 계속 오갔다”고 전했다.
(왼쪽부터)송정애 경찰청 경무인사기획관, 윤희근 경찰청 경비국장, 우철문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수사기획조정관, 김광호 울산광역시경찰청장, 박지영 전라남도경찰청장. 경찰청 제공
‘깜짝 인사’임에도 입직 경로와 지역을 적절히 안배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기존 치안정감 인사들과 비교했을 때 승진 인사 중에 ‘수사통’을 배치하지 않았다는 점이 눈에 띈다. 윤희근 신임 치안정감은 ‘정보통’, 우철문 치안정감은 ‘기획통’으로 분류되는 등 이번 인사에서는 주로 기획·정보·경무 업무를 중점적으로 다뤄온 이들이 승진했다. 남구준 국가수사본부장을 비롯해 경찰청 수사과장 출신의 최승렬 경기남부경찰청장, 서울경찰청 수사차장을 지낸 이규문 부산경찰청장, 이철구 경찰대학장 등 ‘수사통’으로 분류되는 인사가 기존 치안정감에 중 다수를 차지했던 것과 비교되는 인사라는 평가다. 수사-기소 분리 법안이 통과됨에 따라 4개월 뒤부터 경찰 단계 수사역량과 중요성이 커진 상황 속에서 고위직 인사에서 ‘수사 기능’에 대한 안배가 이뤄지지 않다 보니 이에 대한 해석도 분분하다.
한 경찰 관계자는 “지난 정부에서 수사권 조정과 함께 검찰 견제를 위해서라도 경찰 수사에 힘을 실어줬던 반면, 이번 인사엔 전혀 그런 고려가 보이지 않는다”며 “향후 경찰 수사 기조에 대한 메시지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경찰청 한 관계자는 “기존 치안정감들은 ‘전 정부’ 사람들로 보고, 행정안전부와 법무부 ‘왕장관’들과 트러블 없이 잘 지낼 인사들을 우선 고려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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