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 성폭력 피해자 고 이예람 중사 1주기를 하루 앞둔 지난 20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에서 열린 추모의 날에서 신옥철 공군참모차장이 고인의 영정을 향해 경례하고 있다. 연합뉴스
군인권센터가 지난해 진행한 현역 군인 등의 상담 내용을 분석해보니, 군내 사망과 성추행 관련 상담 건수가 2020년보다 2배로 증가했다고 25일 밝혔다. 특히 공군 성폭력 피해자인 고 이예람 중사의 사망 사건 직후 넉 달 동안 여군 피해 상담이 크게 늘었다.
군인권센터가 25일 공개한 ‘2021년 군인권센터 연례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센터가 상담 지원한 1708건의 사건을 피해유형별로 분석한 결과 사망 관련 상담(자살·의문사·사고사)이 47건으로, 2020년(24건)보다 2배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성추행 상담은 83건으로, 전년(44건)보다 96.2% 증가했다. 가혹 행위와 구타, 언어폭력도 각각 7.7%(85건), 14.8%(106건), 12.7%(296건) 늘었다. 반면 인사 불이익과 사생활침해·통제 상담은 각각 전년보다 30.2%(57건), 45.8%(147건)가량 줄었다. 인권센터 쪽은 “코로나19와 관련해 초기 혼선이 많았던 2020년에 비해 어느 정도 방역 지침이 안정기에 들어온 지난해는 사생활침해나 인사 불이익 등과 관련한 상담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고 밝혔다.
권리 침해 상담을 유형별로 보면 생명권(안전) 침해 상담이 216건으로 전년보다 22.5% 증가했고, 코로나19로 인한 휴가·외출 제한 장기화 등에 따른 휴식권 침해 상담 역시 13.4%(187건) 증가했다. 외부 민간병원 진료가 제한되면서 건강권 침해 상담도 8.5% 늘었다. 다만, 코로나19 격리 체계가 자리를 잡으면서 사생활·신체의 자유·주거권 등은 각각 52.7%(94건), 25.3%(71건), 61.7%(9건)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가해자는 선임이나 상급자인 경우가 80%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해자가 파악된 771건 사건 가운데 지휘관이 244건(31.1%)으로 가장 많았고 상급자(202건·26.2%), 선임(163건·21.1%) 등이 뒤를 이었다. 군인권센터는 “인권침해 사건을 처리하는 당사자이지만 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거나 도리어 자신의 지휘·재량권을 남용하여 인권침해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특히 고 이예람 중사의 사망 사건 직후 여군 내담자가 크게 늘었다. 지난해 5월21일 이 중사가 숨진 뒤 6월1일부터 9월30일까지 넉 달 동안 무려 61건의 여군 상담이 쇄도했다고 한다. 이는 2020년도 전체 여군 내담자(62명)와 맞먹는 수치다. 지난해 여군 내담자(95명)의 64%가 이 시기에 상담을 의뢰했다.
군인권센터 부설 군성폭력상담소의 상담 건수도 866건으로 전년(386건)보다 2.24배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피해자는 모두 200명으로 남성이 117명, 여성이 83명이었다. 남성은 주로 강제추행(70명), 성희롱 피해(39명) 등의 피해를 상담했고, 여성은 성폭행(14명)과 디지털성폭력(17명) 등의 피해를 상담했다. 가해자는 선임·상급자(64%)가 많았다. 하지만 성폭력 피해자가 여군인 경우 후임·하급자가 가해자인 사례는 13건으로, 남군(2명)보다 많았다. 여군 대상 성폭력에서 계급이라는 권력관계 못지않게 성별 권력관계도 작동하는 현실을 보여 준다고 군인권센터는 설명했다.
장나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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