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남석 헌법재판소장(가운데)이 26일 오후 헌법소원·위헌법률 심판이 열린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심판정에 입장해 착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단지 업무를 거부하는 ‘단순 파업’에 대해서도 업무방해죄로 형사처벌하는 길을 열어놓은 형법 조항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합헌 결정했다. 2012년 3월 심리를 시작한 지 10년 만에 내놓은 판결이다. 그사이 한국은 세계 10대 경제국이 됐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유일하게 파업을 업무방해죄로 처벌하는 국가로 남게 됐다.
헌법재판소는 26일 집단적으로 노무 제공을 거부하는 단순 파업에도 ‘위력으로 업무를 방해한 자’로 처벌할 수 있는 형법 조항에 대해 재판관 4(합헌) 대 5(위헌) 의견으로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위헌 선언을 위해서는 재판관 6명이 필요한데 한 명이 모자랐다.
현대자동차 전주공장 비정규직 노동자 18명은 2010년 3월 정리해고 통보를 받았다. 노동조합은 3차례 휴무일 노동을 거부했는데, 검찰은 노조 간부들에게 자동차 생산 업무를 방해한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1심에서 유죄가 선고됐는데, 항소심 도중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예기치 않은 파업(전격성)으로 경영상 막대한 손해(중대성)가 발생했을 때만 제한적으로 업무방해죄를 적용할 수 있다며 판례를 바꿨다. 노조 쪽은 이를 근거로 업무방해죄 조항이 헌법이 보장한 단체행동권을 제한한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이날 합헌 의견을 낸 이선애·이은애·이종석·이영진 재판관은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례 등에 따라 ‘위력’ 개념을 제한적으로 해석해 업무방해죄가 적용되고 있다. 단체행동권을 제한하거나 위축시킬 가능성은 해소됐다”고 밝혔다. 위헌 의견 쪽에 선 유남석·이석태·김기영·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은 “단순 파업은 본질적으로 근로계약상 채무불이행에 불과하다. 정당성을 결여한 단순 파업에 대해서는 민사상 책임을 추궁할 수 있는 것이지, 형사처벌 대상으로 삼는 사례는 주요 국가에서 발견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례를 따르더라도, 단순 파업을 형사처벌 가능성을 인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단체행동권 위축 효과가 매우 심대하다”고 밝혔다.
전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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