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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식당, 가성비·친절·재방문 의사”…리뷰, 어디까지 믿을까

등록 2022-06-04 08:45수정 2022-06-04 19:41

[한겨레S] 커버스토리
어디까지 믿을까, 가짜 리뷰 전쟁

“뷰 좋아서 재방문 의사 100%!”…‘가짜 리뷰’로 알바 해보니
브로커 가이드대로 가짜 리뷰 작성 뒤 즉시 500원 계좌 입금
“매출 좌우”-“달리 믿을 정보 없어”…소비자 보호 대책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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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때문에 미치겠어요.”

자영업자들이 모인 포털사이트 커뮤니티에 심심찮게 올라오는 글의 내용이다. 악성 리뷰로 울다가 그날 영업을 망치기도, 호의적 리뷰 덕분에 하루를 잘 버티기도 한다는 이들의 사연이 넘실댄다.

“쿠팡의 상품평은 공정하고 투명하게 운영되고 있습니다.” “배민(배달의민족)에 허위 리뷰는 더 이상 안 통합니다.”

‘투명한 거래’를 강조하는 거대 플랫폼 기업이라고 리뷰 전쟁에서 자유로울까. 쿠팡은 최근 자체브랜드(PB) 상품 리뷰 조작 의혹과 관련해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를 받고 있다. 지난 3월 참여연대, 녹색소비자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쿠팡 직원이 소비자로 가장해 자사 피비 상품에 관한 허위 리뷰를 작성했다며 공정거래법 및 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공정위에 신고했다. 한편 허위 리뷰와의 전쟁을 선포한 배달앱 배달의민족은 인공지능(AI)까지 동원해 허위 리뷰를 축출하고 있다. 배민은 최근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 자전거래(업주가 스스로 주문하고 리뷰를 남기는 행위) 탐지 기술 등을 통해 지난해 11만4054건의 허위 리뷰를 차단했다고 밝혔다. 음식점으로부터 돈을 받고 허위 리뷰를 작성한 이를 업무방해죄로 고소하기도 했다.

2022년 한국에서 물건을 사고파는 이들이라면 누구도 리뷰의 영향권에서 벗어날 수 없는 듯하다. 한 플랫폼 기업에서만 연간 11만건 넘게 발생할 정도로 허위 리뷰가 쏟아지는 이유는 뭘까. 업주들이 돈을 주고 허위 리뷰를 사고 싶을 정도로, 리뷰는 영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걸까. 지난 한달, 허위 리뷰가 거래되는 온라인 채팅방에 잠입해 허위 리뷰가 어떻게 작성되고 거래되고 유통되는지, 그 세계를 들여다봤다.

“띠링, 500원이 입금됐습니다”

“음식물 처리기 라이브 방송에 댓글 남기기, 건당 3천원”, “쿠팡 초당옥수수 빈 박스 발송 리뷰비 3천원.” “네이버 펜션 예약 리뷰, 작업비 1천원. 바로 작성 가능한 분! 실명 입장만!”

‘리뷰 알바’로 검색해 들어간, 1천여명의 사람이 모인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허위 리뷰 작성 모집글은 끝없이 올라왔다. 허위 리뷰 모집자(브로커)들은 1~2분만 투자하면 커피 한잔 값 벌 수 있다며 구인했다. 현혹된 이들은 살 마음도 없는 물건의 라이브 방송에 바람잡이처럼 댓글을 남기고, 가보지도 않은 식당에서 음식을 먹은 것처럼, 혹은 써보지도 않은 물건을 구매한 것처럼 리뷰를 남겼다. 5월 한달간 이 채팅방에서는 2천건(중복 메시지 포함)이 넘는 허위 리뷰 모집글이 올라왔다.

허위 리뷰 모집 채팅방 안에 또 다른 채팅방들이 개설됐다. 브로커들은 각 건에 따라 지원자들을 따로 모아 방을 만들고, 허위 리뷰 지침을 전했다. 그 가운데 한 모집글에 붙은 채팅방 주소를 클릭해 들어가봤다.

일러스트레이션 이강훈
일러스트레이션 이강훈

“카카오맵, 구글지도, 네이버 영수증 리뷰. 다계정 환영. 확인 후 당일, 익일 바로 입금드려요. 처음 해보셔도, 경험자도 오케이. 1분 만에 돈 벌어가자.” 채팅방에 들어가서 인사를 남기자 얼마 지나지 않아 브로커가 일대일 채팅으로 말을 걸었다. “안녕하세요. 구글 아이디 몇 개 가지고 계세요?” “한개요.” 브로커는 답변이 떨어지기 무섭게 한 생선 요리 식당의 이름과 리뷰 작성 가이드를 보냈다. “키워드―○○시 △△식당. 메뉴 생선구이(회 파는 곳 아님), 요청 사항―글은 20자 이내 짧게(길게 쓰니 업체 측이 싫어함), 리뷰 내용 가이드―가성비, 친절, 세트메뉴 구성 좋았음, 푸짐, 재방문 의사 있음.”

브로커가 알려준 가게의 리뷰 창을 최신순으로 정렬하니 “세트메뉴 구성이 끝내준다”, “직원들이 친절하다” 등 제시된 키워드가 들어간 내용의 리뷰가 수두룩했다. 중간중간에 그런 키워드가 없는 진짜 리뷰도 섞여 있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리뷰 대부분이 허위임을 인지하고 보는데도 얼핏 그것이 진짜처럼 보인다는 것이었다. 가성비, 푸짐한 양, 가게 직원들의 친절함은 마치 그 식당의 일관된 특징처럼 읽혔다.

“뷰가 좋아서 음식 맛이 더 좋게 느껴지네요. 재방문 의사 100%!” 가이드에 주어진 단어를 이용해 리뷰를 작성했다. 기자가 있는 곳에서 수백㎞ 떨어진, 가보지도 않은 식당에 대해 맛있다고 호들갑을 떤 뒤 이를 갈무리해 브로커에게 보여주자 ‘거래’가 완료됐다. 브로커의 말대로 이날 저녁 500원이 계좌로 입금됐다.

1천원에 팔린 개인정보

이런 식의 허위 리뷰는 음식점에 국한되지 않는다. 화장품, 식품, 반려동물 사료, 의류, 가구, 병원, 미용실 등 생활과 관련한 모든 것에 대한 허위 리뷰 모집글이 넘쳐났다. 브로커들은 의뢰받은 업체의 검색 트래픽을 높이기 위해 포털사이트에서 꼭 지정한 키워드로 검색한 뒤 해당 물품을 찾아 들어가 리뷰를 남기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실구매자들만 리뷰를 남길 수 있도록 조치해둔 사이트에서도 편법을 동원해 허위 리뷰가 빈번하게 작성됐다. 한 오픈마켓에서 판매 중인 여성 의류 리뷰 모집 방. 알바 지원자들이 실제 구매를 한다. 판매자는 이들에게 물건이 없는 빈 박스만 보낸다. 직접 구매한 것처럼 ‘포토 리뷰’를 작성할 수 있도록 물건 사진도 보내준다. 리뷰 작성이 완결되면 구매 대금과 리뷰비를 보내준다. 그 과정에서 판매자가 구매 목록을 보고 실구매자와 가짜 구매자를 구분해 물건을 보내야 하므로, 브로커들은 알바 지원자들의 실명, 아이디, 개인 연락처, 주소, 환불용 계좌번호 등 개인정보를 받았다. 어떤 허위 리뷰 방에서는 같은 물건 리뷰에 지원한 여러 사람이 모여 있는데도, 1천원 리뷰값을 위해 개인정보가 서슴없이 공개됐다.

며칠 뒤 생선 요리 식당 리뷰를 알선했던 브로커가 다시 채팅을 걸어왔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영수증 리뷰 가능하세요? 혹시 ◇◇가게 리뷰 진행해보신 적 있어요?” “없다”고 대답하자 브로커가 곧바로 가이드를 보냈다. “영수증 사진 전달해드릴테니, 저장해서 네이버에서 업체명 검색한 뒤 영수증 인식해서 리뷰 작성해주시면 됩니다.” 업주가 물품 구매가 일어난 것처럼 스스로 물건을 구매하고 영수증을 발행해 타인의 계정으로 가짜 리뷰를 쓰는 것이다. “이번엔 작성이 어렵겠다”고 답변하자 브로커는 이후로 더는 말을 걸어오지 않았다. “처음인 분 O, 성실하지 않은 분 X”라더니, 어느 세계나 불성실한 자는 일거리를 쉽게 얻지 못했다.

3월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열린 ‘쿠팡 피비(PB) 제품 리뷰 조작 공정위 신고 기자회견’에서 활동가들이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3월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열린 ‘쿠팡 피비(PB) 제품 리뷰 조작 공정위 신고 기자회견’에서 활동가들이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브로커들은 중복 리뷰를 엄격하게 관리했다. 한 사람이 다른 계정으로 같은 물건에 대한 리뷰를 여러번 남겼다간 허위 리뷰로 적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속적으로 여러 물품의 허위 리뷰를 구하는 어떤 브로커는 “타 계정 시 주소, 연락처, 이름 다르게. 중복 입장 시 진행했던 상품 외치고 입장”하라고 모집글을 남기기도 했다.

리뷰 알바 채팅방에서 이뤄지는 거래는 엄연한 불법 행위다. 전자상거래법 21조 1항에 따르면 “거짓 또는 과장된 사실을 알리거나 기만적 방법으로 소비자를 유인 또는 소비자와 거래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허위 리뷰 생산 업체들은 “인위적인 리뷰 조작 및 불법 리뷰 마케팅이 아니”라고 광고하며 자영업자들을 현혹한다. 부업 의뢰 플랫폼 ‘크몽’ 등을 검색하면 허위 리뷰를 작성해준다는 게시물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100% 실계정 진행” ”악성 리뷰 밀어내기, 평점 및 정성스러운 리뷰 작성” “작업일 및 개수 조율 가능” 등 리뷰에 전전긍긍하는 업주들을 꾀는 문구가 넘실댄다. 허위 리뷰 생산 업체와 업주들 간에 리뷰 한건당 3천~5천원에 거래된다. 허위 리뷰 생산 업체는 리뷰 알바 채팅방을 통해 계정을 제공할 지원자들을 모집해 건당 500~3천원을 제공하고 나머지 금액을 ‘커미션’으로 챙긴다. 일부 자영업자들은 월 10만~30만원씩 고정 비용을 내고 업체에 의뢰하기도 한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리뷰 말고 의지할 정보가 없어서”

도대체 리뷰가 뭐길래 이 난리일까. 제품을 직접 입고, 먹고, 써보지 않은 소비자들은 “다른 구매자들의 리뷰를 신뢰하고 의존하는 경향이 크”고, 구매를 결정할 때 “다른 소비자로부터 얻은 정보는 더 설득력 있고, 신뢰할 만한 가치가 있는 요소”(<유통연구>, 2020년 7월)로 작용한다고 한다. 리뷰의 양과 평점이 매출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실제 판매자와 소비자에게 물어봤다. 서울 마포구 공덕동에서 타이 음식 배달전문점 ‘타이반쩜’을 운영하는 윤병국(24)씨는 리뷰가 영업에 미치는 영향력을 실감한다. “손님들이 다른 손님들의 리뷰를 참고하는 게 체감된다. 예를 들어 어제 팟타이가 맛있었다는 리뷰가 올라오면, 오늘 팟타이 주문이 많이 들어온다.” 윤씨는 음식 맛, 배달 속도 다음으로 중요한 요소로 리뷰를 꼽았다. 고객 관리의 일환이기도 하다. 그는 “퇴근하고 매일 한시간 정도, 고객 리뷰에 하나하나 댓글을 달고 소통하려고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소비자인 경기 용인시에 사는 박미희(39)씨는 일상용품 대부분을 온라인으로 구매한다. 물건을 살 때는 판매자가 써놓은 상품 설명만큼 구매자들의 리뷰를 꼼꼼히 살핀다. “같은 상품도 리뷰가 없으면 잘 안 사게 되고, 뒷광고나 허위 리뷰 등이 숨어 있으리라는 것을 아는데도 습관적으로 참고하게 된다”고 말한다. 이유는 “리뷰 말고는 딱히 의지할 정보가 없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소비자연맹이 벌인 설문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보였다. 지난해 12월, 만 20살 이상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한 ‘소비자 대상 온라인 쇼핑 이용 후기 실태 및 인식도 조사’에 따르면 답변자 가운데 97.2%가 구매 전 리뷰를 확인한다고 답했고, 이유는 “구매 후 불만을 줄이기 위해”(82.3%), “다른 사람의 평가가 궁금해서”(78.0%), “가능한 한 많은 정보를 얻기 위해서”(70.4%) 순으로 꼽았다. 리뷰가 많을수록 구매를 선택하는 경향도 높았다(82.4%). 리뷰가 없거나 부정적일 때는 “대체로 구매 안 함”(각각 72.4%, 96.7%) 쪽으로 답변이 기울었다.

답변자들은 “실제 구매한 소비자만 이용 후기를 작성할 수 있게 하는 제한 장치”(75.6%) “대가를 받고 작성한 이용 후기는 대가성 후기임을 알아볼 수 있는 표시”(74%) 등 리뷰의 신뢰도와 관련해 개선이 필요하다고도 응답했다.

“플랫폼 책임 강화 방침 마련해야”

이에 대해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대가성으로 작성된 허위 리뷰는 비판적 시각이 배제된 채 장점만을 강조하기 때문에 소비자의 선택을 방해한다”며 “결국 이런 기만적 행위가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근절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덧붙여 판매자도 허위 리뷰 게시에 현혹되어서는 안 되지만 “중개업자인 플랫폼 또한 (허위 리뷰와 진짜 리뷰를 구분할 수 있는) 확실한 표시 도입과 플랫폼의 책임 강화 방침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행법상 허위 리뷰와 관련해 플랫폼 기업에 책임을 부과할 기준은 없다. 허위 리뷰를 게시한 판매자에 대한 처벌도 약하다. 서치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민생경제위원회 변호사는 “전자상거래법 등에 따르면 허위 리뷰 게시 등 법률 위반 사항이 발생해도, 현재 판매자에게만 과태료가 부과될 뿐 벌칙 조항이 없어 실효성이 없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허위 리뷰 게시에 관해 플랫폼 기업에 무조건적인 책임을 지우는 것은 논의해봐야겠지만, 소비자들이 오픈마켓을 운영하는 중개업자인 플랫폼 기업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구매를 하는 만큼, 허위 리뷰를 방치해두는 것은 기업과 소비자 모두에게 손해라는 것은 확실하다”고 강조했다.

허위 리뷰에 관한 처벌이 솜방망이 수준에 불과하고, 그마저도 영세 판매자에게만 온전히 책임이 지워지는 가운데 지금 이 순간에도 허위 리뷰 모집 채팅방에는 수십건의 모집 게시글이 올라오고 있다.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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