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X, 일을 어떻게 처리했길래 이 지경이냐”, “이 XX는 XX같이 왜 그러냐”
지난 3월 직장인 ㄱ씨는 회사 이사의 일상적인 욕설과 모욕으로 고통을 겪다 결국 병원을 찾았다. 병원에서 그는 우울증과 공황장애 진단을 받았다. ㄱ씨와 함께 일하는 다른 직원이 이사에게 ‘힘들다’고 호소했지만, “그 정도도 못 견디냐”는 말만 들었다고 한다.
직장 상사의 폭언과 모욕, 명예훼손과 같은 ‘직장 내 괴롭힘’ 사례가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5일 직장갑질119는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직장갑질119에 들어온 신원이 확인된 이메일 제보 944건 중 직장 내 괴롭힘은 513건으로 54.3%에 달했는데, 이 가운데 모욕·명예훼손이 179건으로 34.9%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앞서 직장갑질119가 지난 3월24일부터 31일까지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직장인의 23.5%가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했는데 이 가운데 ‘모욕∙명예훼손’이 15.7%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설문조사는 직장갑질119와 공공상대연대기금이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직장인 2000명을 대상(신뢰수준 95% 표본오차 ±2.2%포인트)으로 진행됐다.
건설회사에 다니는 ㄴ씨는 “함께 일하는 현장 소장님이 ‘대가리를 두드려 깨야 정신 차릴래?’, ‘이런 또라이를 봤나’ 같은 말을 일상적으로 한다”며 “심한 날에는 응급실에 실려 가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직장인 ㄷ씨는 “(상사의 폭언과 모욕으로) 모멸감이 일었다, 말로도 살인이 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현행법상 타인 앞에서 모욕을 하면 ‘모욕죄’로, 허위 사실로 명예를 훼손하면 ‘명예훼손죄’에 해당된다. 모욕죄는 공소시효가 6개월로 타인 앞에서 폭언이나 모욕을 당했다면 녹음 파일이나 증인 등을 토대로 경찰에 고소할 수 있다. 고용노동부가 발행한 ‘직장 내 괴롭힘 예방∙대응 매뉴얼’에는 ‘다른 직원들 앞에서 또는 온라인상에서 모욕감을 주거나 개인사에 대한 소문을 퍼뜨리는 등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와 ‘합리적 이유 없이 업무능력이나 성과를 인정하지 않거나 조롱하는 행위’를 직장 내 괴롭힘으로 규정한다.
직장 내 괴롭힘을 막기 위해선 괴롭힘이 반복적으로 신고된 사업장에 대해 특별근로감독과 예방 교육이 진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직장갑질119 강민주 노무사는 “언어폭력은 직접적인 폭력 행위가 없고 즉각적인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문제제기를 쉽게 하지 못해 쉽게 근절되지 않고 있다”며 “인격적인 모욕을 주는 언어폭력은 명백한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는 점을 인식하고 이에 대한 처벌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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