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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모르는 사람 만나러, 해외로” 배낭 메는 5060

등록 2022-06-06 17:13수정 2022-06-07 02:46

거리두기 해제 뒤 시간∙경제력 있는 이들 해외로
“가족∙친구 눈치 안보고 가고 싶어”
해외 배낭여행을 떠나는 5060세대들이 돌아왔다. 게티이미지뱅크.
해외 배낭여행을 떠나는 5060세대들이 돌아왔다. 게티이미지뱅크.

“부모님이나 애들 데리고 여행 가면 제대로 쉴 수가 없어요. 여행지 가서도 가족들 챙겨야 하니까. 희생하는 심정으로 봉사하러 가는 거 같지. ‘내 여행’이라고 느껴지지 않아서 여행 다녀오고 난 후에도 기쁘지가 않았어요. 중년이 되니 이제는 제대로 마음의 여유를 갖고 나만의 여행을 떠나고 싶어요. 코로나로 그동안 답답했고요.” (경기 고양시 이정은∙62)

모르는 이들과 해외 배낭여행을 떠나는 5060세대들이 돌아왔다. 몇 년 전부터 나타난 ‘시니어 배낭족’이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와 함께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다.

6일 ‘5060 배낭 여행족’들이 많이 모이는 네이버 밴드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살펴보니, 이번 여름 해외여행 갈 사람을 모집하거나 같이 여행 계획을 짜는 게시물들이 눈에 띄었다. 이들은 패키지 상품 등 여행사가 유명한 관광지 위주로 짜둔 일정대로 움직이는 게 아니라, 직접 비행기표를 예약하고 숙소를 알아보는 ‘자유로운 여행’을 추구한다. 특히 취미나 시간이 맞는 낯선 사람들과 떠나는 모임을 찾는 이들이 많다고 한다.

대전에서 개인사업을 하는 박재범(66)씨 역시 요즘 비행기표 예약, 숙박업소 검색 등 ‘여행 공부’에 열중하고 있다. 네이버 밴드 ‘꽃중년들의 배낭여행’(회원수 4670여명)에서 만난 이들과 베트남에 가기로 했기 때문이다. 그는 “가족이나 친구들과 가려면 일정 맞추는 게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취미가 걷기인데, 취미나 시간이 맞는 사람들끼리 훌훌 쉽게 떠날 수 있어 밴드에 가입했다”며 “지금까지 패키지여행으로만 해외를 나갔는데, 이젠 질리기도 하고 ‘내가 가고 싶은 곳’, ‘하고 싶은 일’을 스스로 찾아서 하는 게 훨씬 재밌다고 느꼈다”고 했다. 그는 “솔직히 인터넷으로 예매하고 알아보는 게 머리 아프고 복잡한 건 있지만 모두 스스로 하기 때문에 재밌다”고 웃었다.

남미·오스트레일리아(호주) 쪽 여행은 누군가 여행 계획을 올리면 10분 만에 정원이 꽉 찬다고 한다. 김아무개(59)씨는 “혼자 여행 가기는 무섭고, 가족·친구와 함께 가기에는 너무 잘 아는 사이라 오히려 맞추는 게 더 힘들다. 이제까지 고생해서 살았는데 ‘뭘 위해 사나’ 싶더라. 비싸더라도 무작정 비행기표를 끊었다”고 했다.

해외 배낭여행을 떠나는 5060세대들이 돌아왔다. 게티이미지뱅크.
해외 배낭여행을 떠나는 5060세대들이 돌아왔다. 게티이미지뱅크.

밴드 운영자인 구익봉(56)씨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회원 절반은 정년·명예 퇴직자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주변 사람들은 충분히 잘 알지 않나. 낯선 환경과 낯선 사람을 통해 퇴직 후 공허함을 극복하고 새로운 세상을 겪어보려는 분들이 많다”고 전했다.

여행사들도 ‘자유로움’을 추구하는 중년층 배낭여행 수요에 맞게 여행 상품을 다양하게 내놓으려는 추세다. 이윤우 모두투어 매니저는 “최근 10명 내외로 소규모 단체 여행 가이드 상품을 문의하는 중년 고객분들이 늘었다. 동호회 같은 모임에서 ‘우리끼리만 따로 여행을 떠나려는데 가이드 상품은 없나’라는 문의 전화가 많이 오고 있다”며 “여행객들의 선택폭을 넓힌 상품을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특정 테마가 있는 여행 코스인 경우 혼자 여행을 떠나는 중년층도 많다고 한다. 조일상 하나투어 팀장은 “트래킹, 자전거 코스가 있는 테마 여행 상품인 경우 혼자 따로 오는 중년 여행객들이 많다”고 했다.

박지영 기자 jy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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