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 9일 오후 정부과천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 앞에서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에게 져 드려야 하는 법무부가 소송에서 패소하기 위해 애쓰는 모양새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12일 최근 윤석열 대통령(원고)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피고) 이름으로 다투는 ‘윤석열 검찰총장 정직 2개월 징계처분 취소소송’ 항소심을 이렇게 촌평했다. 한 장관이 이해충돌을 피하기 위해 해당 소송에서 손을 떼겠다고 했지만, 1심에서 법무부 승소를 이끈 변호사들을 모두 해임하면서 현재는 법무부를 대리할 소송대리인이 한명도 없는 상태다. 법무부 소속 직원들이 검찰총장 출신 최고권력인 대통령을 상대로 소송을 맡는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다.
법무부는 이 사건 1심에서 법무부 쪽을 대리한 이옥형·위대훈 변호사를 최근 잇달아 해임했다. 이 변호사가 해임되면서 그의 ‘어소 변호사’였던 이근호 변호사도 사임했다. 이에 따라 윤 대통령이 항소한 이 사건 2심 재판의 법무부 쪽 소송대리인은 없는 상태다. 다만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소송에서 법무부 장관은 소송수행자를 지정할 수 있다. 현재 소송수행자로는 법무부 소속 송창현 행정소송과장(사법연수원 33기), 김지형 공익법무관(변호사시험 9회), 일반직원 등이 지정돼 있다. 1심부터 이 사건을 주도적으로 맡아온 소송대리인들에 견줘 재판 대응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법무부는 <한겨레>에 “현재 소송대리인은 없는 상태”라고 했다. 해임한 소송대리인들을 대신할 변호사를 새로 선임할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는 “검토 중”이라고 했다.
법조계에서는 ‘이럴 바에는 차라리 법무부가 소송을 취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소송 의지가 없는데 새 변호사를 선임하는 것 자체가 난센스라는 것이다. 서초동 한 변호사는 “1심에서 승소한 변호사를 2심에서 바꾸는 것은 소송에 의지가 없다는 것이다. 추미애 법무부와 한동훈 법무부가 서로 다른 생각을 할 순 있다. 다만 법무부 입장이 바뀌었다면 차라리 이를 인정하고 소송을 취하하는게 불필요한 논란을 키우지 않는 방법”이라고 했다.
다만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장관의 이상한 소송전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이 사건은 윤 대통령이 1심 패소 뒤 항소한 사건으로, 설령 윤 대통령이 먼저 소송을 취하하더라도 법무부도 이에 동의를 해야 한다. 도중에 소송을 포기하면 애초 소송을 제기하지 않은 것으로 간주돼, 결과적으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의 ‘윤석열 검찰총장 정직 2개월’ 징계는 그대로 유효하게 남는다. 결국 윤 대통령이 자신에 대한 징계를 인정하는 셈이 된다.
판사 출신 변호사는 “윤 대통령과 한 장관은 징계 자체가 부당하다는 입장이라 이를 뒤집기 위해서라도 소송을 이어갈 것이다. 윤 대통령 입장에선 이를 법원 판결으로 확인받고 싶을 것이다. 결국 법무부가 이 소송을 계속 끌고 가는 건 소송 의지가 없는 것이 아니라, 소송에서 패할 의지가 있는 것”이라고 했다.
한편 법무부는 변호사 교체를 이유로 지난 3일 법원에 기일변경을 요청했다. 항소심을 맡은 서울고법 행정1-1부(재판장 심준보)는 이를 받아들여 지난 7일 예정됐던 변론준비기일을 오는 8월16일로 미룬 상태다.
손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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