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공학과 진학을 꿈꾸며 ‘반수’ 중인 오경호(가명·19)씨는 보호자 대신 국가가 시설에서 돌보는 ‘보호대상아동’이었다. 서울의 한 아동양육시설에 계속 머물며 공부하고 싶었으나, 만 18살에 자립준비청년(보호종료아동)이 된 그에게 자립은 ‘의무’였다. 경호씨는 지난 2월 결국 노량진 자취방으로 거처를 옮겼다.
22일부터는 경호씨처럼 본인이 원하는 경우, 만 24살까지 아동양육시설에 거주할 수 있다. 보호기간 연장은 질병·학업·직업훈련 등 사유가 있을 때 예외적으로 허용됐지만 어린 나이에 등 떠밀린 홀로서기에 대한 비판이 일자 지난해 아동복지법이 개정됐다. 지난 14일 개정법 시행에 필요한 시행령이 국무회의를 통과하면서, 특별한 사유 없이도 자립 시기를 늦출 수 있게 됐다.
보호대상아동과 전문가들은 보호기간 연장을 반기면서도, 가장 큰 고민거리인 주거와 생계 문제는 여전하다고 우려한다. 자립준비청년을 위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지방자치단체 등이 임대주택 전세금이나 월세를 전부 또는 일부 지원하는 다양한 제도가 있지만, 주거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큰 탓이다. 경호씨도 청년전세임대주택을 알아봤지만 원하는 지역에 매물이 거의 없었다. 수도권 전세금 최대 지원(무이자 대출) 규모가 1억2천만원이어서, 금액에 맞는 집도 찾을 수 없었다. 경호씨는 결국 한 기업의 지원(1년 한정)과 기초생활수급의 주거급여(서울 1인 기준 한달 32만7000원)를 보태 보증금 1천만원, 월세 70만원 원룸을 얻었다. 경호씨는 “그나마 나은 편”이라고 말한다. 보건복지부의 2020년 조사를 보면, 자립준비청년이 고시원, 친구·지인 집, 숙박시설 등 임시·취약 주거지에 거주하는 비율이 16.7%였다.
자립준비청년의 경제적 자립도 과제다. 경호씨는 원룸 보증금과 가구 구입 비용을 자립정착금(서울시 기준 1천만원)·후원금으로 간신히 충당했다. 수중에 남은 돈은 거의 없다. 그는 자립수당(5년간 월 30만원), 기초생활수급 생계급여 등 매달 90만원 안팎으로 인터넷강의 등 공부에 드는 비용과 생활비를 모두 해결해야 한다. 보호종료 자립준비청년들의 자립 5년 이내 평균 기초생활수급률은 36.1%, 월소득이 127만원이다.
주거·경제적 지원 확대만큼이나 ‘멘토’ 등 일대일 맞춤형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립준비청년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사회적 기업 브라더스키퍼 김성민 대표는 “(보호종료된) 친구들이 공통적으로 ‘부모의 역할’이 부족하다고 꼽는다. 한 가정과 자립준비청년을 연결해, 선택과 결정의 시기에 상의할 수 있는 ‘사회적 가족’ 제도가 있으면 좋겠다”며 ‘믿을 만한 어른’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19~24살 성인에게 미성년 보호아동과 동일한 단체생활 규율을 강요할 수 없기에, 생활수칙 변화도 수반돼야 한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시설 내에서) 성인과 미성년자를 분리하면 좋을 것”이라며 “일반 가정에서 성인 자녀를 다르게 대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연장된 보호기간 동안 정부가 지원 인력과 프로그램을 내실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지선 한국사회보장정보원 부연구위원은 “정부가 플랫폼(심리지원을 위한 마음하나)과 자립지원전담기관들을 통해 자립준비청년을 지원하지만 정보에 밝은 소수만 도움을 받는다”며 “정부가 직접 모든 자립준비청년에게 도움을 주는 데까지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박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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