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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미성년 성폭력 피해자, 법정 안 가고 영상 진술한다

등록 2022-06-29 14:50수정 2022-06-29 16:11

지난해 위헌 결정 뒤 보완 입법
증거보전절차로 영상물 증거 채택
법무부. 연합뉴스
법무부. 연합뉴스
미성년 성폭력 범죄 피해자가 법정에 출석하지 않고 피해사실을 진술하면서도 피의자의 반대신문권을 보장하는 절차가 마련된다. 지난해 12월 헌법재판소가 피고인의 반대신문이 없는 피해자 진술 영상을 증거로 인정하는 법 조항이 위헌이라고 판단내린 뒤 6개월여 만에 나온 후속 조처다.

법무부는 미성년 성폭력 피해자를 위한 맞춤형 증거보전절차를 도입하는 내용이 담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력 처벌법) 개정안이 28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고 29일 밝혔다. 법무부는 조만간 이 법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개정안 내용을 보면, 수사과정에서 미성년 피해자의 진술을 영상 녹화를 했을 때 원칙적으로 증거보전절차를 진행한다. 증거보전절차는 재판이 시작되기 전에 판사가 증인신문 등의 증거 조사를 진행해 미리 증거를 확보해두는 절차다. 판사가 피해자 의사를 확인하고 수사 단계에서 진행된 피해자 영상녹화를 본 뒤, 필요할 경우 피고인 쪽 반대신문을 진행해 증거로 삼겠다는 취지다. 공개된 법정에서 추가 증언을 할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피해자 쪽 2차 피해를 차단하면서, 피고인의 반대신문권도 보장하겠다는 취지다. 또 피해자 신문은 전문적 교육을 받은 전문조사관이 아동 친화적인 공간에서 간접적으로 진행해, 공격적인 반대신문 등 2차 피해를 최대한 차단하겠다고도 밝혔다.

법무부가 마련한 대안은 지난해 12월 헌법재판소가 성폭력처벌법 일부 조항을 위헌 결정한 뒤 나온 후속 조처다. 헌재는 미성년 성폭력 피해자의 영상 녹화 진술을 증거로 인정하는 조항이 피고인의 반대신문권을 보장하지 않아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헌재 결정을 두고는 미성년 피해자가 직접 법정에 나와 피해를 증언해야 하는 등 2차 피해가 우려된다는 지적이 많았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을 두고는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평가와 함께, 그 한계 역시 또렷하다는 지적도 함께 나온다. 서울의 한 판사는 “수사 초기에는 쟁점도 잘 형성되지 않고, 피고인의 변호인 등이 선임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에, 증거보전절차를 거쳤더라도 정식 재판에서 다시 피고인이 방어권 보장을 요구할 수 있다”며 “이 경우 미성년 피해자는 증거보전절차에 이어 법정 증언까지 오히려 더 많은 진술 절차에 참여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짚었다. 다른 판사는 “현재 법체제에서 만들 수 있는 고육지책으로 현실적으로 차선책은 되는 듯 싶다”면서도 “증거보전절차가 현실적으로 자주 쓰이는 절차가 아니기 때문에 제도가 잘 작동할지에는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강재구 기자 j9@hani.co.kr 최민영 기자 my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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