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화 공판송무부장이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별관 기자실에서 빈곤·취약계층 벌금미납자 형 집행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이 생계가 어려워 벌금을 내지 못하는 이들을 노역장에 유치하는 대신, 사회봉사로 형 집행을 대체하는 방안을 확대하기로 했다.
대검찰청은 벌금 미납자들을 노역장에 유치하는 대신 사회봉사로 대체하는 집행을 확대 시행하라는 지침을 일선 검찰청에 전달했다고 2일 밝혔다.
대검이 이날 발표한 취약계층 대체 집행 활성화 방안의 핵심은 노역장 유치 대신 출·퇴근이 가능한 사회봉사를 신청할 수 있는 대상자의 범위를 늘리는 것이다. 지금도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해 500만원 이하의 소액 벌금을 내지 못하는 사람은 검사의 청구와 법원 허가에 따라 벌금형을 사회봉사로 대체할 수 있지만, 신청자 소득이 중위소득 50% 이하인 경우에만 신청할 수 있었다. 대검은 이 기준을 중위소득 70% 이하로 확대하기로 했다. 4인 가구 기준 월소득 256만540원 이하(2022년 기준)에서 월 358만5756원 이하로 대상자 범위가 확대되는 셈이다.
검찰은 또 소득 수준 말고도 채무 현황 등 경제적 능력을 판단할 다양한 자료를 참고해 사회봉사 대체집행을 확대할 방침이다. 사회봉사 유형도 모내기 등 농어촌 지원이나 독거노인 목욕봉사, 긴급재난복구지원 등으로 다양화하고, 벌금 미납자가 봉사 방식을 선택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검찰은 코로나19 장기화 등으로 인한 저소득층 소득 감소 등을 고려해 대체집행 확대를 시행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날 검찰이 밝힌 통계를 보면, 2019년 기준 500만원 이하 벌금을 납부하지 못한 미납건수는 13만8천여건이었는데, 2020년 14만2천여건, 2021년 19만9천여건으로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전체 노역장 유치자 가운데 500만원 이하 벌금형을 받은 사람이 93%에 달할 정도로, 소액 벌금 미납자 비중이 높았다. 김선화 대검 공판송무부장은 “벌금을 납부하지 못하는 빈곤·취약계층이 노역장에 유치될 경우, 생계 활동이 단절되고 기초수급권 지정도 취소돼 경제적 기반이 박탈되는 악순환이 초래된다”며 대체 집행을 확대하는 이유를 밝혔다. 노역장 유치시 통상 하루에 벌금 10만원 정도로 환산된다.
검찰은 또 벌금 분납과 납부 연기도 활성화할 방침이다. 벌금 미납자가 질병 등으로 노역을 감당하기 어려운 경우 직권으로 분납 및 납부 연기를 검토하고, 노역장 유치 전 사전 면담을 통해 분납 사유가 있는지 등을 사전에 확인할 계획이다. 대검은 “앞으로 빈곤·취약계층의 시각에서 재산형 집행 업무 개선 방안을 지속적으로 마련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강재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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