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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자영업자 다중채무 3배 늘었는데…‘코로나 빚 청구서’ 도착했다

등록 2022-08-10 16:15수정 2022-08-11 02:43

9월 말 자영업자·소상공인 금융 지원 종료
자영업자들 “유예기간 끝난 뒤 ‘대출 돌려막기’”
금리인상·고물가 여파
“코로나 초기보다 지금 더 힘들어”
서울 시내의 음식점에서 직원이 영업을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시내의 음식점에서 직원이 영업을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 터지고 대출 얼마 받았냐고요? 하도 많아서 얼마를 받았는지도 모릅니다. 원금 상환 시작되면서 은행에서 돈 빠져나간다고 여기저기 알람만 매일 같이 울리는데… 계산하면 답답하기만 하니까 ‘돈 받아갈 건 받아가겠지’ 하고 신경도 안 써요.”

서울 마포구에서 노래방 두 곳을 운영하는 이연숙(57)씨는 지난달 27일 <한겨레>와 만나 최근 매달 내야 할 원리금 상환으로 “숨이 턱턱 막힌다”고 토로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영업제한 조치를 받은 소상공인·자영업자에게 정부가 지원하는 금융 대출을 받은 이씨는 1년 상환유예 기간이 끝나고 지난해 5월부터 원금과 이자를 갚아나가기 시작했다. 2020년 5월 1000만원으로 시작한 대출은 1억 가까이 불어났고, 매출이 없는 상황에서 이자와 생활비 등 고정비용을 감당할 수 없었던 이씨는 제2금융권에서도 1억원 추가 대출을 받았다. “코로나 금방 끝날 줄 알았죠. ‘딱 5년만 더 고생하자’ 이 생각으로 대출 받기 시작했는데….” 휴대전화로 모바일 은행 계좌를 한참 동안 찾던 이씨가 계산한 원리금 상환액은 한달에 230만원. 환갑 전 은퇴해 ‘편안한 노후’를 보낼 생각이었던 그는 2년 만에 불어난 2억 빚에 “암담하다”고 했다.

정부가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에 대한 대출 만기 연장, 원금·이자 상환 유예 조치를 9월 말 종료한다고 발표한 뒤 이씨처럼 ‘원리금 상환’을 이미 시작했거나 앞둔 자영업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노래방·헬스장 등 코로나19 초기 영업제한조치를 가장 먼저 받은 업종에서 원리금 상환을 감당 못해 카드론 등 제2금융권 대출로 ‘돌려막기’하는 이들이 늘면서다.

실제로 금융사 3곳 이상에서 빚을 낸 다중채무 개인사업자의 대출규모가 코로나19가 시작되기 직전보다 3배 수준으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배진교 정의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가계대출 및 기업대출 다중채무 현황’을 보면, 올해 6월 말 기준 개인사업자 차주(대출받은 사람) 중 다중채무자는 41만4964명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사태 직전인 2019년 말(13만1053명)과 비교하면 3.2배 증가한 수치다. 이들이 빌린 다중채무금액은 195조원으로 전체 개인사업자 대출금액(688조원)의 약 30%에 달했다.

제주도 제주시에서 헬스장을 운영하는 최창순(62)씨도 “지난 4월부터 원금 갚기 시작해서 최근 한달에 110만원씩 상환하고 있다. 은행권에서는 더 이상 대출이 불가능해 카드론으로 1200만원 정도 추가 개인대출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최씨는 “원래 헬스장은 여름이 성수기인데, 최근엔 코로나 재확산 때문인지 매출 회복이 안 된다”며 “한달 250만원씩 나가는 임대료와 생활비를 도저히 감당할 수 없다. 금리 인상에 전기료 등 물가까지 올라 코로나 초기보다 더 힘들다”고 토로했다. 6개월 전부터 원금을 갚기 시작한 서울 성북구 주짓주 관장 이승재(48)씨도 “코로나19 이후 경제력이 회복 안 된 상황에서 바로 1년 뒤 원금 상환에 들어가 버리니까 추가 대출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이에 자영업자 대출 부담 완화 방안으로 정부는 최근 고금리 대출을 저금리로 바꿔주는 ‘소상공인 대환대출’, 90일 이상 연체한 부실 차주의 원금 60∼90%를 감면해 주는 ‘새출발 기금’ 등을 발표했다. 자영업자들은 정부 대책이 ‘극과극’이라는 반응이다. 대환대출 대상에서 개인 신용대출은 제외되고, 새출발 기금 대상은 도덕적 해이 우려로 금융채무불이행자(옛 신용불량자) 수준에 이를 정도로 상환 능력이 없어야 원금 감면을 받을 수 있어서다. 최창순씨는 “개인 신용대출 받은 사람은 대환대출이 안 된다는데 우리 같은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답답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화물차·건설기계 등 사업목적이 명확한 경우를 제외한 개인 신용대출은 대출 목적을 확인하기 어려워 대환대출 대상에서 제외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소상공인·자영업자 단체들은 자영업자의 상환 능력에 대한 맞춤형 대책을 촉구했다. 이성원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사무총장은 “상환 능력 없는 자영업자들은 신용회복 등을 통해서 다시 경제활동을 시작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주고, 어느 정도 상환 능력이 있는 자영업자들에게는 대출 연장이나 저금리 지원 등 각 개인의 경제 상황에 맞는 세심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지영 기자 jy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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