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청년세대를 위한 연금개혁 민·당·정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경찰이 지난 대선 당시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의 국가 재정정책 발언을 비판한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의 혐의가 인정된다며 검찰에 송치했다. 재정정책전문가의 대선 공약 검증을 형사사법 심판대에 올리는 것은 표현·학문의 자유를 위축시킨다는 비판이 나온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지난 9일 이 위원을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및 정보통신망법상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서부지검에 송치했다고 10일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법 적용이 가능하다고 보고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고 말했다.
대통령 선거를 5일 앞둔 지난 3월4일 당시 국민의당(현 국민의힘과 합당)은 “안 의원을 대선에서 떨어뜨릴 목적으로 거짓 주장을 했다”며
이 위원을 서울서부지검에 고발했다. 사건을 넘겨받은 마포경찰서는 지난 4월 고발인 조사에 이어, 지난달 이 위원을 불러 조사한 뒤 이같은 결론을 냈다.
이 위원은 지난 1월 당시 국민의당 대통령 후보였던 안 의원이 경제 전문 유튜브 채널 ‘삼프로티브이(TV)’에 출연해 했던 국가부채 관련 발언을 검증하는 과정에 허위사실을 공표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당시 안 의원은 국가부채 유형을 D1(국가채무), D2(D1+비영리 공공기관부채), D3(D2+비금융공기업 부채), D4(D3+연금충당부채)로 구분한 뒤 정부가 D4의 규모를 공개하지 않는다며 “우리나라는 (국가부채가) D4로 가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위원은 같은달 <민중의소리>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곰곰이’에 출연해 “D4는 존재하지 않는 개념”이라며 “D1, D2, D3는 국가부채의 단위인데, 그와 별개로 연금충당부채 또는 재무제표상 부채를 D4라고 안철수 후보가 직접 이름 붙인 것이다. 이걸 D4라고 말하면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쪽은 영상 삭제를 요구했으나 이 연구위원과 해당 유튜브 채널은 쪽은 토론을 제안했다. 그러나 국민의당은 토론을 거부하고 이 위원을 검찰에 고발했다.
이 위원은 대선 후보로 출마한 정치인이 민간 연구원의 정책 비판에 고발로 맞선 데 대해, 학문의 자유를 크게 위축시키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 위원은 <한겨레>에 “학문에는 다양한 설이 있는데 정치인이 생각하는 것과 다른 설을 얘기하는 사람을 기소하는 게 말이 되느냐. 검찰에서는 기소하지 않을 거라고 본다”며 “벌써부터 국책연구원에 계시는 분들이 전화를 걸어와 정부와 다른 방침을 말해도 되는 것인지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민사회단체들도 안 의원 쪽의 형사 고발에 반발하고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공익인권변론센터·참여연대·포용재정포럼은 지난달 12일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고발 건은 형사사법 절차를 이용해 학술적 비판을 제약하는 것으로, 시민의 표현·학문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비판했다.
장나래 기자
wi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