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자 윤중천씨 등에게서 금품과 향응을 제공받은 정황과 성범죄 의혹을 받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2019년 5월16일 오전 서울 서초동 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뇌물 수수 혐의로 재판을 받아온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무죄를 확정받았다. ‘별장 성접대 의혹’이 불거진 뒤 9년 만의 일이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11일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혐의로 재판을 받아온 김 전 차관에게 무죄 및 면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김 전 차관 혐의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2006~2012년 건설업자 윤중천씨에게 3천만원 상당의 뇌물을 받고 성범죄 의혹 폭로를 막기 위해 피해 주장 여성의 채무 1억원을 면하게 해줬고 △2006~2007년 원주 별장 등에서 13차례 성접대를 받고 △2000~2011년 사업가 최씨에게 4300여만원을 받았다는 내용이다.
대법원은 앞선 상고심에서 성접대 및 채무면제 등 혐의는 무죄 및 면소 판결을 확정했고, 원심에서 유죄로 판결했던 4300여만원 혐의를 파기환송한 바 있다. 이날 재상고심을 통해 김 전 차관이 받았던 모든 혐의가 무죄 및 면소로 확정된 것이다.
2019년 11월 1심은 ‘성접대 의혹 영상’에 나온 인물이 김 전 차관이라고 인정했지만 공소시효가 만료됐다며 무죄 및 면소 판결했다. 면소는 공소시효가 지났거나 법령 개정이나 폐지 등 이유로 사건 실체에 대한 판단 없이 사건을 마무리한다는 뜻이다.
2심은 2020년 10월 김 전 차관에게 징역 2년6개월 벌금 500만원, 추징금 4300만원을 선고했다. 최씨에게 받은 4300만원을 뇌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금품 등을 제공하게 된 경위에 대한 최씨의 ‘요구를 거절할 수 없었다’는 등 진술이 증거로 인정됐다.
그러나 지난해 6월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최씨 진술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항소심 증인신문에 앞서 검찰이 최씨를 소환해 면담할 때 회유 압박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 것이다. 최씨가 1심 진술을 뒤집고 2심에서 김 전 차관에게 불리한 증언을 했다는 점이 근거가 됐다. 지난 1월 열린 파기환송심에서도 김 전 차관은 무죄를 선고받았다. “최씨가 김 전 차관에게 불리한 진술을 하도록 유도됐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는 이유에서다.
이날 대법원 판단도 같았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논리나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알선수뢰로 인한 특정범죄가중법 위반(뇌물)죄에서 대가관계, 고의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원심을 확정했다.
앞서 김 전 차관은 2013년 3월13일 법무부 차관으로 임명됐지만 ‘별장 성접대 의혹’이 불거져 8일 만에 불명예 퇴진했다. 당시 검찰은 2013년 1차 수사, 2014년 2차 수사를 거쳤지만 김 전 차관을 무혐의 처분했다. 2018년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가 김 전 차관 사건을 재조사하도록 대검찰청 진상조사단에 권고했고 검찰은 2019년 6월 김 전 차관을 구속 기소한 바 있다.
노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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