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가로부터 골프 접대를 받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대상이 된 이영진 헌법재판관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사실관계 확인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야당은 “헌법재판관은 무법지대냐. 사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18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은 헌법재판의 신뢰를 저해한 이 재판관의 사퇴를 강하게 압박했다. 이 재판관은 지난해 10월 고향 후배가 주선한 골프 모임에서 사업가 ㄱ씨를 만나 골프와 식사 등 향응을 제공받은 사실이 드러나, 공수처에 입건된 상태다. 사업가 ㄱ씨는 골프 모임에 참석한 이 재판관의 후배 변호사를 통해 현금 500만원과 골프 의류도 전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재판관이 의혹이 불거진 뒤 골프와 식사 접대를 받은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ㄱ씨는 당일 처음 만났다. 골프비용은 고향 후배가 지불한 것으로 알았다. 금품 수취 등 위법한 행동은 일절 없었다”고 해명한 바 있다.
그러나 이 재판관이 속한 헌재는 이러한 의혹에 대해 이 재판관을 상대로 직접 사실관계 확인도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김정원 헌재 사무차장은 “이 재판관에게 대면조사나 서면을 받아봤느냐”는 김남국 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그런 적은 없다”, “그런 (진상파악) 절차가 발동되려면 근거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 부분에 대해서 저희가 여러 면에서 살펴보고 있다”고 답했다. 재판관에게 사실관계를 따질 규정이 없어서 언론보도에 나온 이 재판관의 해명 내용만 알고 있다는 것이다. 6년의 임기가 보장되는 헌재 재판관은 임기 중 위법 행위를 저질러도 징계할 수 있는 규정이 없다.
권칠승 민주당 의원은 이 재판관의 자진 사퇴를 강하게 요구했다. 권 의원은 “헌법재판관은 무풍지대 절대지존이다. 사람을 때려도 아무 징계할 방법이 없다. 자진사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김 사무차장은 “헌재 차원에서 공식 입장을 낼 상황이 아니다. 다만 이런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 재판관은 2018년 10월 당시 원내 3당이었던 바른미래당 추천을 받아 헌법재판관에 임명됐다. 임기는 2024년 10월까지다.
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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